이곳 상인들의 탄핵 의결에 대한 반응은 예상대로 차가웠다.
“대통령을 처음부터 흔들어대니 누군들 잘 하겠느냐.”(채순남·54·여)
“탄핵은 세계적으로 창피한 일이다.”(김종기·53)
그러나 김순년씨(59·여)는 “국회의원들이 어련히 잘 했겠느냐”며 탄핵안 가결에 은근히 찬성의 뜻을 표시했고, 한 중년 여성은 “한나라당이 아니네”라며 명함을 버리기도 했다. 선교활동을 하던 세 중년 남성은 “선거는 조용한 사람들이 무서운 법”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이젠 한나라당이 싫어졌다”는 사람들을 어렵잖게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대구는 여전히 대구였다.
“노무현 대통령이 좋다” “열린우리당 후보를 찍겠다”는 사람을 만나기는 힘들었다.
수성을의 한나라당 주호영(朱豪英) 후보는 백화점 앞에서 명함을 돌리며 “이젠 한나라당이 새 사람 내놨습니다”며 신인임을 강조했다.
한 50대 남성은 “일편단심으로 한나라당을 찍었지만 나아진 게 없다”고 비판했고, 잡화점 상인(57·여)은 “대통령이 잘못을 했으면 얼마나 했겠느냐”고 탄핵안 의결에 대해 따지기도 했다.
그러나 한 30대 여성은 “나는 그래도 한나라당”이라고 손을 잡았다. 잡화상 유한종씨(40)는 주 후보에게 커피를 사주기도 했다. 한 50대 중년 남성은 “대통령을 끌어내렸다고 난리들이지만, 아직 덜 끌어내렸다”며 노 대통령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탄핵과 총선은 별개라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박수현씨(24·여)는 “대통령이 안됐지만, 선거는 선거다”고 선을 그었다. 김대용씨(45·약사)도 “탄핵 사유가 약하지만, 투표는 인물을 보고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텃밭이었던 대구지역의 표심은 분명히 변하고 있었지만 ‘대안부재’에 대한 고심이 곳곳에서 감지됐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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