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에 참석한 5000여명의 대의원 및 당원들은 대표 후보들이 탄핵 관련 발언을 할 때마다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대표 후보 5명 중 처음으로 연설을 한 김문수 의원이 탄핵 추진으로 인해 급락한 지지율을 거론하며 “이대로 가면 전멸이다. 차떼기 때문에, 서청원(徐淸源) 전 대표 석방동의안 때문에 망했다”고 주장하자 전당대회장의 분위기는 싸늘해졌다. 일부 대의원들은 김 의원을 향해 야유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분위기는 곧 반전됐다.
김 의원에 이어 단상에 오른 박진 의원이 “노 대통령에 대한 탄핵 추진은 구국의 결단이었다”고 목청을 돋우자 박수가 쏟아졌다.
또 홍사덕 의원이 당 내의 탄핵 철회 움직임을 강하게 비난한 뒤 “이대로 4년을 더 간다면 대한민국은 망한다. 마땅히 내려야 할 조치였다”라고 탄핵의 당위성을 강조하자 열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권오을 의원도 “탄핵 강풍을 이용한 대중 선동주의를 우리 손으로 막자”고 외쳐 큰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후보들이 불법 대선자금 문제 및 어두운 총선 전망에 대한 ‘사죄의 변’을 밝힐 때는 분위기가 잠시 엄숙해지기도 했다.
이날 오후 2시 전당대회 개최 선언과 함께 대회장 곳곳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과 TV에는 ‘깊이 반성합니다’라는 문구에 이어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 최병렬(崔秉烈) 전 대표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여 사과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박근혜 의원은 연설을 시작하며 “대의원들에게 부패정당이란 오명을 안겨줘 정말 죄송하다”며 고개를 깊이 숙였다. 권 의원도 연설 도중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됐는가”라며 5초가량 단상 위에 무릎을 꿇고 대의원들을 향해 절을 하기도 했다.
최 전 대표는 전당대회 인사말을 통해 “총선을 20여일 앞두고 눈보라치는 광야에 후보들을 알몸으로 내세우고 떠나는 이 마음 형언할 길이 없다. 눈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또 이날 새 로고를 공개했다. 새 로고는 파란색 바탕에 흰색과 붉은색으로 ‘ㅎ’을, 마치 사람이 도약하는 듯한 역동적인 이미지로 형상화했으며, ‘ㅎ’은 한나라와 희망 및 국민행복을 뜻한다고 한나라당은 설명했다.
또 빨간색은 태극의 역동성과 한민족의 통일의지, 웅비의 적극적 표현이며 파란색은 안정속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발전을 상징한다고 덧붙였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