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이날 500여평 규모의 시유지인 이곳에 50평짜리 회의실과 기자실용 천막 2개를 세웠다.
그러나 관할 영등포구청이 뒤늦게 “천막은 사무실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고 철거 지시를 내리자 한나라당은 이날 회의실 천막만 놓아둔 채 기자실 천막은 급히 철거했다. 한나라당은 다른 용도로 사용할 천막 3개를 더 설치하기로 했다.
한나라당은 또 당직자 근무공간으로 10평짜리 컨테이너 4개를 설치했다. 이번 주중 20평짜리 컨테이너 2개를 더 들여와 사무실로 개조해 모든 이사를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전날(23일) 밤새 급히 이주하느라 이날 천막당사엔 전화선도 설치되지 않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부지를 임대한 서울시는 한나라당으로부터 39일간(23일부터 다음 달 30일까지) 천막당사 부지 임대료로 4238만원을 미리 받았다. 평당 임대료는 84만원 정도였다.
새 지도부가 천막당사로 옮겨감에 따라 국회 앞 현 당사는 사실상 중앙당사의 기능을 상실했다.
15대 대통령선거 직전인 1997년 11월 모습을 드러낸 국회 앞 한나라당사는 7년간 ‘영욕(榮辱)의 세월’에 종지부를 찍고 역사의 무대 뒤편으로 사라진 셈이다.
대부분의 정당이 건물을 임차해 사용한 것과는 달리 10층 규모인 이 건물은 정당 전용으로 만들어졌다. 당의 한 관계자는 “당시엔 ‘평생 여당’이 계속될 것이라고 판단해 장기적 안목에서 중앙당사를 신축하고 엄청난 규모의 천안연수원도 만들었다”고 회고했다.
현 당사는 그 이후 한나라당의 부침과 함께했다. 15대 대선에서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가 패배해 처음으로 야당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00년 16대 총선은 승리했으나 2002년 16대 대선에 재도전한 이 후보는 또다시 노무현 민주당 후보에게 패했다.
이와 관련해 한 핵심 당직자는 “여의도가 모래섬이어서 당시 이곳에 당사를 지으면 ‘사상누각(砂上樓閣)이 될 것’이란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한나라당은 최근 외국계 투자회사와 현 당사의 매각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두 달 정도 실사를 거쳐 매각금액이 결정될 예정이다. 감정가는 400억∼600억원 수준이며 당사 매각대금은 사무처 요원들의 퇴직금과 당사 건축 관련 부채를 갚는 데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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