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천막 1개-컨테이너 4개

  • 입력 2004년 3월 25일 01시 23분


한나라당이 24일 서울 여의도공원 옆 옛 중소기업전시장 터에 ‘천막당사’의 문을 열었다.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취임 일성으로 “현 당사엔 발길을 끊겠다”고 선언함에 따라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 당사 현판을 떼내 천막당사 앞으로 옮겨놓았다.

한나라당은 이날 500여평 규모의 시유지인 이곳에 50평짜리 회의실과 기자실용 천막 2개를 세웠다.

그러나 관할 영등포구청이 뒤늦게 “천막은 사무실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고 철거 지시를 내리자 한나라당은 이날 회의실 천막만 놓아둔 채 기자실 천막은 급히 철거했다. 한나라당은 다른 용도로 사용할 천막 3개를 더 설치하기로 했다.

한나라당은 또 당직자 근무공간으로 10평짜리 컨테이너 4개를 설치했다. 이번 주중 20평짜리 컨테이너 2개를 더 들여와 사무실로 개조해 모든 이사를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전날(23일) 밤새 급히 이주하느라 이날 천막당사엔 전화선도 설치되지 않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부지를 임대한 서울시는 한나라당으로부터 39일간(23일부터 다음 달 30일까지) 천막당사 부지 임대료로 4238만원을 미리 받았다. 평당 임대료는 84만원 정도였다.

새 지도부가 천막당사로 옮겨감에 따라 국회 앞 현 당사는 사실상 중앙당사의 기능을 상실했다.

15대 대통령선거 직전인 1997년 11월 모습을 드러낸 국회 앞 한나라당사는 7년간 ‘영욕(榮辱)의 세월’에 종지부를 찍고 역사의 무대 뒤편으로 사라진 셈이다.

대부분의 정당이 건물을 임차해 사용한 것과는 달리 10층 규모인 이 건물은 정당 전용으로 만들어졌다. 당의 한 관계자는 “당시엔 ‘평생 여당’이 계속될 것이라고 판단해 장기적 안목에서 중앙당사를 신축하고 엄청난 규모의 천안연수원도 만들었다”고 회고했다.

현 당사는 그 이후 한나라당의 부침과 함께했다. 15대 대선에서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가 패배해 처음으로 야당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00년 16대 총선은 승리했으나 2002년 16대 대선에 재도전한 이 후보는 또다시 노무현 민주당 후보에게 패했다.

이와 관련해 한 핵심 당직자는 “여의도가 모래섬이어서 당시 이곳에 당사를 지으면 ‘사상누각(砂上樓閣)이 될 것’이란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한나라당은 최근 외국계 투자회사와 현 당사의 매각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두 달 정도 실사를 거쳐 매각금액이 결정될 예정이다. 감정가는 400억∼600억원 수준이며 당사 매각대금은 사무처 요원들의 퇴직금과 당사 건축 관련 부채를 갚는 데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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