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일 공동선대위장, ‘兩朴’ 개혁 내걸고 탄핵역풍 맞서

  • 입력 2004년 3월 25일 18시 48분


한나라당을 이끌 양박.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오른쪽)는 25일 박세일 서울대 교수를 공동선거대책위원장 겸 공천심사위원장으로 영입하고 “한국 정치개혁의 전도사”라고 치켜세웠다.    -서영수기자
한나라당을 이끌 양박.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오른쪽)는 25일 박세일 서울대 교수를 공동선거대책위원장 겸 공천심사위원장으로 영입하고 “한국 정치개혁의 전도사”라고 치켜세웠다. -서영수기자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17대 총선의 화두(話頭)를 ‘변화와 개혁’으로 잡았다.

박 대표가 25일 자신과 함께 호흡을 맞출 공동선대위원장에 각종 정치제도 개혁에 앞장섰던 박세일(朴世逸·56)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를 발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양박(兩朴)’의 투톱 시스템이 내건 1차적 개혁 과제는 과거 부패와의 절연(絶緣)이다. 차떼기 등 부정적 이미지의 쇄신 여부가 총선의 승부를 가를 잣대라는 판단에서다. 개혁에 미적지근한 모습을 보일 경우 당의 최소한의 존립 기반마저 무너질 수 있다는 절박감도 깔려 있다.

박 대표가 취임 직후 전격적으로 현 중앙당사를 천막당사로 옮기며 과거 청산을 선언한 것이나, 박 교수가 이날 입당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한나라당은 반드시 환골탈태해야 한다. 가족과 친구를 빼놓고는 모든 것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대표와 박 교수는 20일 남은 선거기간에 이 같은 변화와 개혁의 메시지 확산을 위해 역할을 분담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는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앞세워 민생 현장 탐방과 지원 유세에 전념하는 한편 박 교수는 비례대표 후보 공천 심사와 개혁적 정책 개발을 전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양박 체제가 특히 주력하고 있는 대목은 새 비전이 담긴 정책 분야.

이번 총선에선 ‘현 정부 심판’이란 야당의 전통적인 공세 포인트가 무뎌질 수밖에 없어 차별화된 정책 비전 제시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판단에서다. 따라서 김영삼(金泳三) 정부 시절 사법, 교육, 노동 개혁을 아우른 박 교수의 특장이 진가를 발휘할 것으로 한나라당은 기대하고 있다.

양박 체제는 우선 내부 전열을 정비한 뒤 열린우리당의 ‘1당독재’ 견제론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탄핵 정국을 돌파한다는 전략이다. 과감한 체질 변화로 야당성을 회복할 경우 유권자들의 견제와 균형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양박 체제의 성공여부를 속단하긴 이르다. 박 교수가 현실 정치에 발을 들여놓기는 이번이 처음이란 점도 당으로선 부담스럽다. 개혁의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양박 체제가 조만간 내놓을 비례대표 공천자 명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비례대표 후보에 참신함과 개혁성을 갖춘 인물이 얼마나 포함되는가가 양박체제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첫 리트머스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박세일 공동선대위장은▼

25일 한나라당 공동선대위원장이 된 박세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보수 진영 내 개혁세력의 선봉으로 꼽힌다.

그는 1997년 대통령사회복지수석비서관으로서 복수노조 허용과 제3자 개입금지 조항 삭제 등을 골자로 한 노동법 개정을 주도해 당시 여권 내에서 “노조 쪽에 기울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는 이에 앞서 서울대 법대 교수로 있던 94년 말 김영삼 당시 대통령에게 발탁돼 대통령정책기획수석비서관으로 사법, 교육개혁을 지휘했다.

YS가 퇴임한 뒤 학계로 돌아간 그는 청와대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2002년 12월 ‘대통령의 성공조건’이란 책을 펴냈다. 이 책은 당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를 비롯해 대통령직인수위 관계자들의 필독서가 됐고 실제로 이 책에 제시된 아이디어가 대통령비서실 직제 구상에 원용됐다.

그는 또 노 당선자와 만나 국정운영 시스템에 대한 조언을 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당시 인수위 내에서는 그가 대통령비서실 정책기획 분야의 사령탑 또는 정부 요직에 중용될 것이란 얘기도 나왔다.

그는 지난해 11월에는 국회 자문기구인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의 위원장을 맡아 이달 초까지 선거법, 정당법, 정치자금법 개정에 앞장섰다.

박 교수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미국 코넬대에서 석사 및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거쳐 85년 서울대 교수가 됐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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