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대행 ‘극진한 盧배려’…청와대 첫 공식행사 영빈관서

‘배려, 배려, 배려….’

25일 고건(高建)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청와대에서 가진 첫 공식 행사인 5개국 주한대사의 신임장을 받는 행사에서도 고 대행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 대한 배려에 신경을 썼다.

그리스 아프가니스탄 쿠웨이트 태국 방글라데시의 신임 대사가 참석한 이날 행사는 통상 노 대통령이 신임장을 받던 청와대 본관 1층 세종실이 아니라 영빈관에서 열렸다. 고 대행이 청와대에서 행사를 갖는 것을 극구 꺼렸지만, 공식 외교사절을 맞는 자리인 만큼 청와대에서 행사를 치르되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본관이 아닌 영빈관을 대신 쓰기로 한 것.

또 이날 행사장에는 대통령을 상징하는 봉황휘장기가 설치되지 않았다. 종전에는 관례적으로 신임장을 주고받는 자리의 좌우에 태극기와 봉황휘장기를 세워 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고 대행측이 대통령의 상징물인 봉황휘장기 설치를 부담스러워했고, 마침 영빈관 벽면에 황금색 봉황문양이 있어서 이를 따로 세우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은 행사장에 태극기만 둘지를 놓고도 고심했다는 후문이다. 그 과정에서 외교통상부측이 “의전상 외빈 접견행사의 시설물은 좌우 대칭이 맞아야 하는데 태극기만 한 쪽에 세워 놓는 게 어색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결국 국가원수(권한대행) 자격으로 치르는 행사로는 이례적으로 태극기와 봉황휘장기는 설치되지 않았다.

이날 행사는 고 대행이 5∼10분씩 차례로 각 대사의 신임장을 받고, 기념촬영을 한 뒤 잠시 환담을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반기문(潘基文) 외교부 장관, 권진호(權鎭鎬) 대통령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배석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