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추미애 카드’를 버리기로 결정한 다음날인 25일 오전 9시.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박강수(朴康壽) 대전 당위원장이 “어쩔 수 없다. 중(추미애)이 절(민주당)이 싫으면 떠나야지. 너무 힘들다”고 말하자, 조순형 대표는 어두운 표정으로 이렇게 토로했다.
일부 중진들까지 나서 조 대표의 ‘무한 책임론’을 거론하고 사무처 당직자들이 비상대책위 구성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내는 등 사면초가(四面楚歌)에 처한 조 대표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날 오후 국회 도서관에서 기자와 만난 조 대표는 사무처 당직자들의 이선후퇴 요구에 “나를 제외한 지도부 전원이 사퇴했는데 더 무슨 책임을 지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중앙위원들의 결정을 뒤집을 수 있느냐”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추미애 의원을 만날 용의가 있느냐는 물음에도 조 대표는 “연락이 안 된다”며 “내가 대표직에 미련을 갖고 있어서가 아니다. 원칙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추 의원이 무리한 요구를 한다. 공천을 다시 하겠다는 것 아니냐. 당을 통째로 달라는 것인데 그럴 수는 없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그런데도 조 대표의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다.
24일 본보 조사에 따르면 조 대표 개인 지지도는 5.5%, 당 지지도는 3.9%로 뚝 떨어졌다. 자신의 대구 출마 선언도 탄핵 역풍에 빛이 바랬다.
부인 김금지(金錦枝) 여사는 “남편이 집에 와서 거의 말이 없다. 출마를 망설일 때 ‘그냥 한번 나가 보라’고 했는데 요즘 같아서는 미안한 생각이 든다. 힘들어 보이기도 하고…”라며 “그러나 남편은 원칙을 세웠으면 주변에서 뭐라고 해도 바꾸지 않는 사람이다”고 말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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