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또 쪼개지면 끝” 수습 안간힘

  • 입력 2004년 3월 25일 18시 51분


민주당 조순형 대표(오른쪽)가 25일 오후 국회도서관에서 김상현 심재권 의원(왼쪽)과 밀담을 나누고 있다. 그 직후 조 대표는 한화갑 전 대표를 만나 당 내분 수습방안을 논의했다.     -김경제기자
민주당 조순형 대표(오른쪽)가 25일 오후 국회도서관에서 김상현 심재권 의원(왼쪽)과 밀담을 나누고 있다. 그 직후 조 대표는 한화갑 전 대표를 만나 당 내분 수습방안을 논의했다. -김경제기자
조순형(趙舜衡) 대표와 추미애(秋美愛) 의원간의 ‘결별’ 행보로 파국 위기를 맞은 민주당은 25일 중진부터 소장파까지 모두 나서 분당을 막기 위해 몸부림을 쳤다.

백가쟁명(百家爭鳴)식의 해법이 제시됐지만 정작 두 사람은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상호 양보론=당권파를 제외한 상당수 중진과 소장파들은 “추 의원 빠진 총선은 날개 없는 비행과 다름없다”며 추 의원 설득에 지도부가 온힘을 쏟을 것을 주문했다.

이 때문에 이날 조 대표가 ‘살신성인(殺身成仁)’의 자세로 대표직을 내놓고 추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위를 구성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한때 나왔다. 그러나 이보다는 추 의원의 선대위원장직 수락 후 조 대표는 대구로 내려가 추 의원이 사실상 전권을 행사하는 해법이 설득력 있게 제시되고 있다. 한 핵심 당직자는 “조 대표가 공식 사퇴하면 탄핵안 추진이 잘못됐다는 자기 부정을 하는 것이 돼 총선을 치를 수 없다”고 이유를 전했다.

김중권(金重權) 전 대표는 기자회견을 갖고 “개혁공천을 위한 추 의원의 주장에 공감하는 바가 크다. 호남에서 몇 석 건지는 호남지역당으로 퇴색하려면 모두 낙선하는 게 낫다”며 일부 호남 중진들의 기득권 포기와 추 의원에게 공천 전권 부여를 지지했다. 그는 또 “젊은 친구들에게 과감히 맡기는 슬기가 필요하다”면서도 “탄핵의 결과로 지도부를 흔들거나 분당으로 가는 비겁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한 번쯤 낙선하더라도 의연하게 가야 한다”며 조 대표 퇴진에는 반대했다.

장성민(張誠珉) 청년위원장은 “당의 좌초 위기를 막기 위해 조 대표와 추 의원은 당장 만나야 한다”며 ‘조-추 담판’을 제안했다. 그는 특히 “조 대표는 벼랑 끝에 놓인 민주당을 극적 회생시킨다는 빈 마음을 갖고 추 의원을 만나고, 추 의원도 다른 지도부가 모두 사퇴한 당내 상황을 직시해 백지상태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만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 대표 사퇴-추 의원 전권 부여론=김상현(金相賢) 고문은 “조 대표가 결단하고 추 의원이 받아서 비상대책위를 구성하기를 희망한다”며 조 대표의 ‘2선 후퇴’를 통한 추 의원 설득을 주장했다.

사무처 당직자 100여명도 이날 회의를 가진 뒤 “조 대표를 비롯한 현 지도부가 구국의 결단을 내려 달라. 선대위 구성을 중단하고 비대위를 구성하라”며 일괄사퇴서 제출과 함께 일부 지역 공천의 재조정도 요구했다.

전갑길(全甲吉) 김효석(金孝錫) 의원 등 ‘추 의원 배제 불가론’을 펴온 소장파 의원들은 이날 개별 접촉을 통해 “추 의원이 선대위원장직을 수락할 경우 전권을 줘야 한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이처럼 당내에서 조 대표의 ‘2선 후퇴’를 통한 추 의원의 전면적인 공천권 행사론이 확산됨에 따라 일단 조 대표가 부담을 안게 됐다. 그러나 조 대표는 자신의 퇴진이 탄핵소추가 부당하다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는 데다 이미 이뤄진 공천 번복으로 인한 파장 등을 우려하고 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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