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이라는 ‘배수의 진’을 치고 지도부 퇴진, 탄핵 철회 등을 요구하며 6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 설훈 의원은 26일 “우리가 (당에서)물러나는 것은 곧 패배를 의미하는 것으로 싸워도 당내에서 싸우기로 했다”며 탈당 철회 의사를 분명히 했다.
설 의원은 이날 동아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오늘 새벽 1시30분경 (조순형 대표와 추미애 의원의 담판이 결렬된 뒤)추 의원과 통화를 했다”고 밝힌 뒤 “통화에서 우리가 물러나면 그야말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꼴이다. 그들을(지도부) 바꿔보고 그래도 않되면 물러나가게 만들자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추미애 의원도 이날 “조 대표와의 만남을 통해 인식차를 확인했다. 당장은 합의점을 찾기 어렵겠지만 나나 민주당 지지자 모두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면서 “조 대표를 다시 만날 수 있다”고 말해 집단 탈당에 의한 분당사태는 일단 진화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설 의원은 “민주주의의 맥을 이어온 50년 전통의 민주당이 무너지며 안된다. 남아서 당을 살리겠다는게 우리의 공통된 생각”이라면서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탄핵을 철회하고 당을 추스른다면 불씨를 살릴만한 의석은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그는 4·15총선과 관련, “총선 때까지 탄핵정국이 계속된다면 열린우리당이 200석을 차지하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각각 50~60석, 20~30석도 힘들 것”이라면서 “탄핵철회로 선거정국을 만들어 국민들이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정상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설 의원은 또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총선 연계'와 관련,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120~130석이면 재신임을 받은 것 아니냐’고 말했으나 그것은 잘못”이라며 “총선을 재신임과 연계시키는 것은 국민투표 성격을 갖는 것이니 당연히 과반수를 넘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그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창고와 천막으로 당사를 옮긴데 대해 “총선을 앞두고 지지를 얻기 위한 ‘정치적인 쇼’이겠지만 두 당 모두 잘하는 행동”이라면서 “정당이 진정 국민을 위한다면 아예 중앙당을 없애버리고 국회로 와서 무(無)당사 시대를 열어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탄핵이라는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덫에 야당이 발목을 잡혔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그건 아니다. 내가 아는 노 대통령의 정치스타일은 치밀하거나 복잡하게 계산하는 스타일이 아니다”고 부정한 뒤 “그는 오히려 대화나 타협 없이 자신의 원칙대로 밀어붙이는 혁명가 스타일”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대 맞았다고 칼(탄핵)로 찌르면 우리가 더 나쁜 놈이 된다”면서 “지금이라도 탄핵을 철회해야 나라가 살고 야당이 산다”고 주장했다.
한편 설훈 의원은 최근 “더 이상 말이 안되는 사람들과는 함께 할 수 없다. 추미애, 한화갑 의원 등 뜻이 맞는 현역의원 20여명과 원외위원장 정도로 결사체가 만들어질 것”이라면서 탈당의사를 밝혀왔다.
조창현 동아닷컴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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