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한은 리비아를 보라

  • 입력 2004년 3월 26일 18시 34분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리비아를 방문해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와 처음으로 손을 잡았다. 으르렁거리던 두 나라가 친구로 바뀌는 극적인 장면이다. 두 정상은 양국이 전략적 동반자가 됐다고 선언했고 각국 언론은 ‘악마의 화신’이던 카다피 원수가 서방 세계의 친구로 다시 태어났다고 풀이했다.

두 나라의 화해는 갈등 극복의 새로운 패턴을 보여 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유혈충돌에서 보듯이 대결은 평화를 낳기 어렵다. 오랫동안 고집하던 대결 외교를 포기하고 평화의 손길을 내민 카다피 원수의 결단이 돋보인다.

영국과의 화해에 이어 리비아는 곧 미국으로부터 18년간 지속돼 온 경제제재의 해제를 선물로 받는다. 유엔은 이미 경제제재를 풀었다. 리비아의 핵개발 포기 이후 4개월 사이에 국제사회는 이렇게 변하고 있는 것이다.

리비아의 변신을 보면서 북한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북한과 리비아는 똑같이 미국에 의해 테러지원국으로 지목됐고 핵무장을 꾀한다는 의심을 받아 왔다. 그런 리비아가 앞장서서 테러 지원과 핵무기 개발을 포기한 대가는 국제사회의 적극적이고 신속한 화답이다. 위협보다는 우정을 얻는 것이 공존의 지혜임을 보여 주고 있다. 북한은 리비아와 국제사회의 변화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리비아 방식은 북한에도 가능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남북정상회담에 응하는 등 극적인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 주지 않았던가. 더구나 북한에는 변화를 고대하는 든든한 ‘지원국 후보’인 남한이 있다. 리비아 모델은 북한이 훨씬 빨리 곤경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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