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19]민주당 “내 코가 석자”

  • 입력 2004년 3월 26일 18시 34분


내분수습 방안 피력최후의 통첩(?). 민주당 추미애 의원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 추진에서의 한나라당-민주당 공조 등 조순형 대표가 퇴진해야 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밝혔다. -김동주기자
내분수습 방안 피력
최후의 통첩(?). 민주당 추미애 의원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 추진에서의 한나라당-민주당 공조 등 조순형 대표가 퇴진해야 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밝혔다. -김동주기자
민주당 추미애(秋美愛) 의원이 26일 “한나라당과의 공조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탄핵을 추진한 데 대해 지도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조순형(趙舜衡) 대표의 사퇴를 공식 촉구했다.

추 의원은 이날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노 대통령이 탄핵으로 인해 직무가 정지됐다. 조 대표도 헌법재판소의 결론이 나올 때까지 직무가 정지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재 민주당이 맞고 있는 위기는 ‘한-민 공조’에서 비롯됐다는 인식아래 지도부 전원의 사퇴만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추 의원은 “씻김굿이 필요하다”는 말도 했다.

그는 “탈당은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조 대표가 크게 결단해 주면 선대위를 맡긴다 한들 주저하겠느냐”며 선대위원장 조건부 수락 의사를 밝혔다.

이날 당의 분위기는 일단 추 의원 쪽으로 기운 듯했다. 한화갑(韓和甲) 전 대표는 사실상 조 대표의 용퇴를 촉구했으며, 심재권(沈載權) 대표 비서실장은 당직을 사퇴했다.

배기운(裵奇雲) 의원 등 호남 현역 의원 5명은 이날 광주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조 대표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고, 영입 인사인 손봉숙(孫鳳淑)씨도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요구하며 공천 반납 대열에 합류하는 등 공천 반납 움직임도 확산됐다.

고진부(高珍富) 의원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고, 삭발단식 중인 설훈(薛勳) 의원은 27일 정오까지 조 대표 사퇴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탈당해 총선에 불출마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그러나 일부 당 중진을 중심으로 한 반추(反秋) 세력의 반격도 거셌다.

박상천(朴相千) 전 대표는 “조 대표+α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대표와 박 전 대표 등 상임고문 5명은 이날 모임을 갖고 “추 의원은 27일까지 선대위원장직을 수락하라”고 역으로 통첩을 날리기도 했다.

특히 추 의원이 이날 한-민 공조의 문제점만 부각시키고 탄핵 자체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지만, 간접적으로 탄핵 문제를 거론함으로써 오히려 조 대표의 퇴로를 차단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승희(李承姬) 대변인은 “추 의원은 탄핵소추안 작성에 어느 누구보다도 줄곧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따라서 탄핵소추가 한-민 공조라면 추 의원이야말로 한-민 공조의 당사자로서 민주당을 모독하고 왜곡하는 행위에 분노한다”고 비판했다. 조 대표와 전직 지도부는 추 의원 회견 후 시내 모처에서 대응책을 논의했다. 한 참석자는 “상임고문단 결의 내용에서 변한 게 없다”고 말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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