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대행 ‘현미경 지적’…각 부처 업무보고 꼼꼼히 챙겨

  • 입력 2004년 3월 26일 18시 41분


고건(高建)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행정의 달인’이라는 평에 걸맞게 정부 각 부처의 업무보고를 꼼꼼히 챙겨 공무원들이 쩔쩔매고 있다.

고 대행은 26일 오전 보건복지부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장애인의 일자리 창출에 관한 보고를 받다가 복지부의 장애인복지심의관에게 “소속 직원이 몇 명이고, 이 중에 장애인이 몇 명이며 수화(手話)능력이 있는 직원은 몇 명이냐”고 물었다.

이에 해당 심의관이 “직원은 총 21명이고, 이 중 장애인이 1명이다. 확실히는 모르지만 수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고 답하자 고 대행은 “직원 가운데 적어도 장애인이 절반은 돼야 장애인 마인드를 갖고 정책을 세울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고 대행은 이어 “나도 서울시장 시절에 간단한 교육으로 약간의 수화(手話)를 하게 됐다”며 “소속 직원들이 간단한 수화는 할 수 있도록 수화교실을 운영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했다.

고 대행의 ‘현미경 들여다보기’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복지부가 ‘일반음식점의 메뉴판에 식육제품의 원산지 표시를 의무화하기로 했다’고 보고하자 고 대행은 “의도는 좋지만, 이 정책은 제대로 집행되지 않을 수 있는 만큼 현실성을 충분히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고 대행은 또한 “서울시장 시절에 실제로는 부양자가 없는데도 호적상엔 부양자가 있다는 이유 때문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선정되지 않는 일을 많이 발견했다”고 예를 들며 “일선 현장에서 제대로 실태조사를 해 불합리한 제도는 개선하라”고 거듭 지시했다.

고 대행이 하나하나의 사안에 대해 세세하게 묻고 지시를 내리는 바람에 이날 업무보고는 예정시간을 20분 초과해 1시간50분이 걸렸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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