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보전 방불=각 지역구 선관위는 적게는 2, 3명에서 많게는 50명의 비밀요원을 두고 현장에서 발생하는 부정 및 불법행위를 적발하기 위해 첩보전과 같은 ‘작전’을 펼치고 있다. 누가 어디에서 몇 명에게 식사를 제공한다는 현장제보에서부터 특정 후보 선거사무소에 누가 자주 드나든다는 등 일상적 동향 파악에 이르기까지 이들이 ‘물어오는’ 정보의 수준과 질은 매우 다양하다.
선거법이 바뀌어 마약, 밀수 등과 마찬가지로 선거 관련 고발자도 보호하는 제도가 마련됐기 때문에 내부고발은 더욱 장려되고 있다.
하지만 서울 A구 선관위 관계자는 “후보 진영 역시 상당한 정보력을 갖고 방어하기 때문에 이들의 제보가 실제 위법행위 적발로 이어지는 경우는 아직 많지 않다”고 말했다.
동원 산행 등 비밀요원의 결정적 제보를 받고 몰래 따라가려 해도 선관위의 움직임을 먼저 눈치 채고 당일 오전에 행사 자체를 취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
∇철저한 신분 감추기=비밀요원들의 특징은 같은 지역 선관위 사무실은 물론 가족, 친지에게조차 자신의 정체를 알리지 않는다는 것. 오직 자신과 연결된 선관위 직원과의 1 대 1 접촉을 통해서만 활동한다.
서울 B구 선관위 관계자는 “같은 선관위 직원끼리도 서로가 관리하는 비밀요원의 인적사항은 아예 묻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체가 드러날 경우 더 이상 비밀요원으로 활동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고발자’로 찍히게 되면 지역사회 내에서 생활 자체가 곤란해 질 수 있기 때문. 중앙선관위 등 상위 기관에서도 이들의 존재만 알 뿐 정확한 인원이나 신분 등에 대해서는 파악하지 않는다.
서울 C구 선관위 관계자는 “전화 한 통 걸 때도 주변에서 눈치챌까봐 매우 조심스럽다”며 “정당 관계자 등 핵심 제보자의 경우 활동내용만 메모 형태의 e메일이나 짧은 통화를 통해 주고받고 명단도 따로 남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밀요원은 누구?=비밀요원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우선 지난 선거 출마자, 경선 출마자, 정당 관계자 등 정치활동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사람들. 전체 비밀요원의 20∼30%로 숫자는 많지 않지만 핵심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내부고발자’들이다.
나머지는 주부, 자영업자 등 평소 선관위 직원과 친분이 있거나 선거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해당 후보가 제공하는 금품이나 향응이 있는지를 꼼꼼히 살펴 제보한다. 산악회나 야유회 등을 직접 따라가 현장을 살피기도 한다.
선관위 관계자는 “선거철이 다가오면 기존에 활동하던 요원 외에 추가로 대상을 물색해 위촉한다”며 “보험설계사, 주부 등 활동반경이 넓은 사람이나 큰 식당, 주점의 주인 등 지역에서 오래 사업을 해 온 자영업자가 많다”고 말했다.
이들의 활동 이유는 다양하다. 동창, 친척 등 선관위 직원과의 친분관계에서 비롯된 경우도 많지만 최고 5000만원에 달하는 포상금 및 약간의 사례비 등 금전적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서울 D구 선관위 관계자는 “구에 따라 교통비 등 약간의 활동비를 지급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무보수 자원봉사”라며 “돈보다는 인간관계나 바른 선거를 위한 시민의식의 발로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비밀요원으로 활동하는 한 50대 사업가는 “어느 한쪽에 치우치고 싶지 않아 지켜보다가 우연히 선관위 직원을 알게 돼 이 일을 시작했다”며 “올바른 선거 문화를 위해 봉사하는 것이므로 포상금을 받더라도 다른 곳에 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
▼선거부정 감시 요원▼
①교통비만 받고 자원봉사
②선관위직원과 1대1 접촉
③정체 드러나면 자격 박탈
④신분-보고내용 기록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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