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은 중국 신세대 지도자들에게 북한 핵 위기를 주도적으로 해결하라고 촉구해 왔다. 그러나 북한에 뇌물을 준다면 사태는 결국 비참하게 끝날 것이라는 경고도 했다.
지난주 리 부장은 김정일과 ‘아주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90분간 회담하고 차기 6자회담 조기 개최에 합의했다. 김정일은 활짝 미소를 지을 만한 이유가 있었지만 이 웃음은 핵 프로그램 폐기와는 관계가 없다.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은 김정일과 만나기 위해 1억8600만달러(약 2100여억원)를 지불했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지난해 가을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에게 5000만달러(약 570여억원)를 무상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이 ‘뇌물’이라고 예시한 1억8600만달러는 현대그룹의 경제협력 지원금을, 5000만달러는 중국 정부가 지원의사를 밝힌 유리공장 건설자금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회담을 대가로 돈을 우려내던 과거 행태에 비춰볼 때 이번에도 보상이 없다면 회담이 성사될 것 같지 않다. 리 부장의 방북과 탐욕스러운 김정일의 환한 미소는 이렇게 봐야 한다.
만약 중국이 충분하게 보상한다면 6자회담 실무그룹까지는 구성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성과를 거두리라고는 기대하지 말라. 김정일 정권이 핵 프로그램을 폐기할 것이라는 실낱같은 가능성은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존 케리 상원의원이 북-미 양자회담을 제안하면서 무산됐다.
케리 의원의 제안은 김정일 정권이 11월 미 대선 결과를 알 때까지 양보하지 않는 유인책을 준 셈이다. 리 부장은 뇌물을 주기보다는 케리 의원의 당선에 ‘올인’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 행위인지를 경고했어야 했다.
이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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