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론 기일은 재판관들의 합의로 정하기 때문에 간격이 일정하지는 않지만 1, 2주 간격으로 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대통령 권한정지 상태라는 사안의 시급성과 중대성을 감안할 때 신속한 재판 진행이 불가피하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가 국회 소추위원 및 노 대통령 양측에 이 사건과 관련된 증거신청을 한꺼번에 모아서 하도록 한 것도 신속하고 정확한 재판 진행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증거신청이 한꺼번에 들어오면 탄핵사유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에 필요한 사항인지를 일괄적으로 판단한 뒤 받아들일지 말지를 최종 결정하겠다는 것.
따라서 재판 진행 상황에 따라 노 대통령에 대한 탄핵사유별로 증인을 신청하거나 증거조사를 요청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던 소추위원측은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다음 기일까지 증거조사가 필요한 부분을 일괄적으로 파악해 재판부에 신청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기춘 소추위원은 이날 심판정에서 4·15총선 일정과 노 대통령측 답변서 검토 등의 이유를 들어 기일을 늦춰줄 것을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또 소추위원이 대통령의 실정(失政) 및 탄핵 타당성에 대해 길게 언급하려 하자 이를 제지하며 “간단히 해 달라”고 재촉하기도 했다. 빨리 기일 지정 문제를 매듭짓자는 의미였다.
한편 노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은 만족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대리인단은 그동안 ‘이번 사건은 사실관계가 이미 다 드러나 별도의 사실관계 확인절차가 필요 없는 사안인데다, 현재 대통령 권한이 정지된 국가 위기 상황이기 때문에 신속하게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따라서 2차 변론 기일은 이 사건의 재판 진행 속도나 최종 결론 시기에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소추위원측이 얼마나 합리적인 이유를 대며 증거조사를 신청하는지, 노 대통령 대리인단은 어떤 논리로 이에 반박하는지가 재판부의 심증(心證) 형성이나 증거조사 수락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이다.
소추위원측은 이날 노 대통령을 포함한 여러 명에 대해 신문 신청을 하는 한편 관계기관에 대한 증거자료 제출 요구, 현장검증, 사실조회 등 ‘가능한 모든 것’에 대해 증거신청을 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노 대통령 대리인단은 이번 탄핵의결 과정의 절차적 흠결과 탄핵사유의 부당성을 입증하는 근거들을 제시하며 이에 맞선다는 방침이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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