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2차기일 선정]속도내는 재판부…사실상 ‘집중심리’

  • 입력 2004년 3월 30일 18시 46분


헌법재판소가 30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의 2차 변론 기일을 불과 사흘 뒤인 다음달 2일로 정한 것은 사실상 이번 사건을 ‘집중심리’ 방식으로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변론 기일은 재판관들의 합의로 정하기 때문에 간격이 일정하지는 않지만 1, 2주 간격으로 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대통령 권한정지 상태라는 사안의 시급성과 중대성을 감안할 때 신속한 재판 진행이 불가피하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가 국회 소추위원 및 노 대통령 양측에 이 사건과 관련된 증거신청을 한꺼번에 모아서 하도록 한 것도 신속하고 정확한 재판 진행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증거신청이 한꺼번에 들어오면 탄핵사유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에 필요한 사항인지를 일괄적으로 판단한 뒤 받아들일지 말지를 최종 결정하겠다는 것.

따라서 재판 진행 상황에 따라 노 대통령에 대한 탄핵사유별로 증인을 신청하거나 증거조사를 요청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던 소추위원측은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다음 기일까지 증거조사가 필요한 부분을 일괄적으로 파악해 재판부에 신청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기춘 소추위원은 이날 심판정에서 4·15총선 일정과 노 대통령측 답변서 검토 등의 이유를 들어 기일을 늦춰줄 것을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또 소추위원이 대통령의 실정(失政) 및 탄핵 타당성에 대해 길게 언급하려 하자 이를 제지하며 “간단히 해 달라”고 재촉하기도 했다. 빨리 기일 지정 문제를 매듭짓자는 의미였다.

한편 노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은 만족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대리인단은 그동안 ‘이번 사건은 사실관계가 이미 다 드러나 별도의 사실관계 확인절차가 필요 없는 사안인데다, 현재 대통령 권한이 정지된 국가 위기 상황이기 때문에 신속하게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따라서 2차 변론 기일은 이 사건의 재판 진행 속도나 최종 결론 시기에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소추위원측이 얼마나 합리적인 이유를 대며 증거조사를 신청하는지, 노 대통령 대리인단은 어떤 논리로 이에 반박하는지가 재판부의 심증(心證) 형성이나 증거조사 수락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이다.

소추위원측은 이날 노 대통령을 포함한 여러 명에 대해 신문 신청을 하는 한편 관계기관에 대한 증거자료 제출 요구, 현장검증, 사실조회 등 ‘가능한 모든 것’에 대해 증거신청을 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노 대통령 대리인단은 이번 탄핵의결 과정의 절차적 흠결과 탄핵사유의 부당성을 입증하는 근거들을 제시하며 이에 맞선다는 방침이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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