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송두율씨 징역7년 선고…‘송두율=김철수’ 결론

  • 입력 2004년 3월 30일 18시 46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송두율(宋斗律)씨에게 징역 7년이 선고되자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은 술렁거렸다.

예상 밖의 중형(重刑)에 놀란 송씨의 가족, 변호인, 지인들의 입에서 나온 탄식과 한숨에 보수단체 인사들의 환호가 섞인 소리였다.

법관들이 퇴장하자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국가보안법으로 감옥에 보내느냐”며 불만을 토로하는 송씨의 지인들과 “당연한 판결”이라고 주장하는 보수단체 인사들 사이에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중형 선고 배경=재판부가 송씨에게 징역 7년의 중형을 선고한 것은 송씨가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서 지도적 임무에 종사했다는 검찰의 공소 사실을 유죄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김철수’가 처음으로 등장한 1994년 7월 김일성 사망 후와 95년 오진우(전 북한 국방위 제1부위원장) 사망 후 노동신문에 게재된 장의(葬儀)위원 명단이 그 이전 정치국 후보위원과 일치하며, 송씨의 저서 ‘통일의 논리를 찾아서’에 인용된 장의위원 명단에 김철수가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표시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송씨가 김철수라는 가명으로 후보위원으로 선임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동안 송씨 변호인단은 ‘북한에서 일방적으로 송씨에게 후보위원이라는 모자를 씌웠다’고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송두율=김철수=정치국 후보위원’이라는 검찰의 주장에 손을 들어 준 것이다.

재판부는 또 송씨의 저술활동이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 구성의 지도적 임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임명되고 김일성 장례식에 참석하는 등 북한과의 관계가 가장 밀접할 무렵이던 1995년에 발간한 책이 특히 북한에 경도되고 편향된 정도가 심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런 점에 비추어 볼 때 북한의 주체사상을 전파하고 김일성, 김정일 체제를 선전할 목적으로 이와 같은 저술 활동을 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변호인, 검찰 모두 항소의사=재판부의 판결에 대해 변호인단과 검찰은 모두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형태(金亨泰) 변호사는 “남북학술회의 개최 부분에 대해서는 남북 화해에 기여했다며 무죄 선고를 하고서도 한편으로는 저술 활동을 문제삼아 북한의 사상을 전파했다며 유죄 선고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송 교수는 한 명인데 두 가지 상반된 판결을 내린 이번 선고는 ‘혼란스러운 판결’”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10년 정도 예상했지만 7년이 나온 데 대해서는 불만을 표시했지만 후보위원 부분과 지도적 임무 종사 등 주요 혐의가 유죄 선고된 것에 대해 내심 만족하는 분위기다.

박만(朴滿)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송씨가 북한의 지도적 인사급임이 입증된 것을 감안하면 선고형량이 너무 가볍다”며 “송씨가 학술회의를 주도한 혐의에 대해서 무죄를 선고한 것도 납득할 수 없으며 조만간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송두율씨 기소 사실 중 유 무죄 부분
유죄무죄
노동당에 가입해 정치국 후보 위원으로 선임남북 학술회의 6차례 개최
친북 저술 활동 등으로 지도적 임무에 종사함73년부터 22차례에 걸쳐 북한 방문
‘송씨를 정치국 후보위원’이라고 폭로한 황장엽씨를 상대로 명예훼손 혐의로 소송 제기(사기 미수) 독일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김경필 전 독일주재 북한 이익대표부 서기관과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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