康-宋갈등 ‘어설픈 봉합’…"문제 확대말자" 일단 진정

  • 입력 2004년 3월 30일 18시 48분


촛불집회 주도자들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를 둘러싸고 강금실(康錦實) 법무부 장관과 송광수(宋光洙) 검찰총장 사이에 빚어진 갈등이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현상일 뿐 양측의 감정의 골은 이미 파일 대로 파여 있다는 것이 주변의 분석이다.

▽갈등 진정되나=법무부 고위 관계자는 30일 “현재 경위를 파악하고 있지만 문책 등을 전제로 한 조사는 가능하지 않을뿐더러 고려하지도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언론에서는 체포영장 청구의 사전보고 누락을 두고 법무부와 검찰이 갈등을 빚은 것처럼 보도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송 총장은 29일 법무부의 조사 방침에 대해 작심한 듯 강하게 반박했던 것과 달리 이날 출근길에서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송 총장은 ‘법무부의 조사 방침이 변함이 없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문제가 커지질 바라는 것이냐”고만 말했다. ‘갈등을 확대시키고 싶지 않다’는 뉘앙스. 강 장관도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실무자 문책까지 내비치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던 법무부와 이에 정면으로 맞선 검찰이 30일 들어서는 직접 대응을 자제하면서 한걸음씩 물러선 모습이다.

두 사람의 갈등이 갑자기 소강 국면으로 전환된 것은 더 이상의 확전이 서로에게 실익이 없는 데다 국민에게 ‘국가기관장들의 반복적인 갈등 노출’로 비칠 경우 공멸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라 갈등을 서둘러 봉합한 것으로 보인다.

▽남아 있는 뇌관=그러나 갈등은 언제든 다시 폭발할 수 있는 뇌관을 여전히 안고 있다. 계기만 주어진다면 갈등은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는 것. 이번 갈등을 계기로 강 장관과 송 총장 두 사람 사이에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감정의 골이 파였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무엇보다 관심은 4·15총선 이후 단행될 가능성이 있는 검찰 인사에서 두 사람이 다시 격돌하느냐 여부. 강 장관이 ‘검찰 개혁’을 명분으로 지금까지 인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파격적인 인사안을 밀어붙일 경우 송 총장은 ‘검찰수사권 독립’을 명분으로 이에 맞서는 형국이 펼쳐질 가능성도 예견되고 있다.

한편 검찰이 29일 강 장관과 송 총장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중근(李重根) ㈜부영 회장 구속영장을 전격 청구한 것에 대해 ‘수사 외적인 측면이 고려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법조계 일각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검찰의 건재함과 중요성을 과시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는 해석이다. 그러나 검찰은 “수사 일정에 따른 것으로 영장청구를 갈등설과 연결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소리”라고 부인했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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