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표는 이날 연설 도중 “한나라당이 그동안 나태하고 부패와 타협하고 기득권을 누려 국민에게서 멀어졌다. 국민께 사죄하는 마음 하나만 남기고 다 버리겠다. 백지 위에서 새롭게 시작하겠다”며 “첫 출발로 중앙당사를 바람부는 천막으로 옮겼고, 광야에서 국민 목소리를 새롭게 듣겠다”면서 손으로 눈물을 훔쳤다.
이어 박 대표는 “앞으로 부패 연루자는 출당 제명 등 사법기관보다 엄격히 처벌하고, 방탄국회도 없다”면서 “이제껏 한 번도 경험 못한 정책정당이 어떤 것인지 보여드리고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밤새워 토론하겠다”며 또 한번 눈물을 흘렸다.
박 대표는 아버지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의 일화를 언급하면서 눈에 눈물이 가득한 데도 닦지 않고 계속 연설을 이어갔다. 박 대표는 “60년대 가뭄이 심했던 어느 날 지방순시에서 돌아온 아버지가 식사를 못했다. 어머니가 ‘왜 식사를 안 하시느냐’고 묻자 한참 천장을 바라보다 ‘지방의 아이들 얼굴엔 버짐이 피어 있고, 빡빡머리엔 기계충이 나있고, 부모 손은 못 먹어 퉁퉁 부어 있더라’면서 밖으로 나가셨고, 식구들은 아무도 저녁밥을 먹을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박 대표는 이어 “아버지는 돌아가실 때까지 그 아이의 눈동자를 외면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떻게 일으켜 세운 대한민국인데 이렇게 무너지고 있느냐”며 “제가 대표로 있는 한 먹고사는 문제와 상관없는 일로 국회에서 싸우는 일은 없을 것이다”고 다짐했다.
박 대표는 “저는 국민께 큰 빚이 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국민 여러분이 부모 형제가 돼줘서 오늘의 제가 있다. 이제 그 빚을 갚고 싶다”며 “가난 속에서 10명의 자녀를 맡아도 어떤 수를 써서도 굶기지 않고 학교도 다 보내는 어머니 심정으로 해나가겠다. 간절한 이 마음을 받아주고 한나라당에 마지막 기회를 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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