康법무-宋총장 “이거 원 어색해서…”

  • 입력 2004년 3월 31일 19시 05분


31일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게 법무부 업무를 보고하기 위해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9층 회의실에 온 강금실 법무부 장관(오른쪽)과 송광수 검찰총장이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다.      -박경모기자
31일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게 법무부 업무를 보고하기 위해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9층 회의실에 온 강금실 법무부 장관(오른쪽)과 송광수 검찰총장이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다. -박경모기자
촛불시위 주동자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 문제로 갈등을 빚었던 강금실(康錦實) 법무부 장관과 송광수(宋光洙) 검찰총장이 파문 닷새만인 31일 어색하게 만났다. 고건(高建)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게 법무부 업무보고를 하는 자리에서였다.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9층 회의실에서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은 한동안 입을 열지 않아 침묵만 흘렀다. 사진기자들은 파문의 당사자인 두 사람을 집중적으로 카메라에 담았다.

송 총장이 어렵사리 “이런 보고를 안 해봐서… 상당히 어색합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강 장관은 “글쎄 말이에요. 1년에 한번 하는 거잖아요”라고 짤막하게 받았다. 송 총장은 “이거 원 어색해서…”라고 말한 뒤 다시 굳게 입을 닫았다.

그러나 어색한 침묵이 흐르던 회의장은 강 장관이 옷차림을 화제로 꺼내들면서 일순 웃음바다로 돌변했다.

이날 연분홍색 정장에 연분홍색 스카프, 연분홍색 손가방으로 치장하고 회의에 참석한 강 장관은 주위를 둘러보더니 “다들 왜 검은색 정장이죠? 이런 회의에선 검은색으로 통일하는 겁니까? 그래도 봄인데”라고 한마디 던졌다.

검사장급 검찰간부가 대부분인 참석자들은 폭소를 터뜨렸고, 박정규(朴正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우리가 조폭 아입니까”라고 대꾸하자 더 큰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후 고 대행이 회의장에 들어서면서 업무보고가 시작됐다. 강 장관은 의례적인 인사말을 한 뒤 “(고 대행이) 바쁘고 피곤하신데, 법무부 보고가 피곤한 업무의 연속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국무총리실 주변에선 “최근 송 총장과의 갈등 등으로 물의를 빚은 강 장관이 이를 불편하게 생각할 수 있는 고 대행의 심기를 풀어보려는 생각에서 분홍색으로 밝은 분위기를 연출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돌았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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