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9층 회의실에서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은 한동안 입을 열지 않아 침묵만 흘렀다. 사진기자들은 파문의 당사자인 두 사람을 집중적으로 카메라에 담았다.
송 총장이 어렵사리 “이런 보고를 안 해봐서… 상당히 어색합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강 장관은 “글쎄 말이에요. 1년에 한번 하는 거잖아요”라고 짤막하게 받았다. 송 총장은 “이거 원 어색해서…”라고 말한 뒤 다시 굳게 입을 닫았다.
그러나 어색한 침묵이 흐르던 회의장은 강 장관이 옷차림을 화제로 꺼내들면서 일순 웃음바다로 돌변했다.
이날 연분홍색 정장에 연분홍색 스카프, 연분홍색 손가방으로 치장하고 회의에 참석한 강 장관은 주위를 둘러보더니 “다들 왜 검은색 정장이죠? 이런 회의에선 검은색으로 통일하는 겁니까? 그래도 봄인데”라고 한마디 던졌다.
검사장급 검찰간부가 대부분인 참석자들은 폭소를 터뜨렸고, 박정규(朴正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우리가 조폭 아입니까”라고 대꾸하자 더 큰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후 고 대행이 회의장에 들어서면서 업무보고가 시작됐다. 강 장관은 의례적인 인사말을 한 뒤 “(고 대행이) 바쁘고 피곤하신데, 법무부 보고가 피곤한 업무의 연속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국무총리실 주변에선 “최근 송 총장과의 갈등 등으로 물의를 빚은 강 장관이 이를 불편하게 생각할 수 있는 고 대행의 심기를 풀어보려는 생각에서 분홍색으로 밝은 분위기를 연출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돌았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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