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총선 후보등록 첫날인 2000년 3월 28일에는 총 1179명의 후보자 가운데 952명이 등록해 80%가 등록을 마쳤다. 그러나 정작 이날 등록한 지역구 후보자는 오후 8시 현재 657명에 그쳤다.
이처럼 후보자 등록이 부진한 이유는 개정된 선거법에 따라 다음달 2일 0시부터 일괄적으로 선거운동이 허용돼 서둘러 등록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 16대 총선 때는 후보등록 직후부터 바로 선거운동에 돌입할 수 있었다. 여기에다 후보등록 관련 서류가 16대 총선에 비해 2배가량 늘어나 첫날 등록을 하기 힘든 사람이 적지 않았다.
재산신고서, 병역신고서, 세금납부 체납증명서, 전과기록, 학력증명서, 본인 승낙서 등 갖춰야 할 서류가 만만치 않기 때문. 특히 재산과 세금 관련 서류의 경우 대상기간이 최근 3년에서 5년으로 늘어났고, 후보자 본인뿐만 아니라 배우자, 부모, 자녀의 것도 모두 제출해야 한다.
서울 중구에 출마한 한나라당 박성범(朴成範) 후보는 “구비서류가 많은 데다 양식도 복잡해 등록 준비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말했다. 같은 구에 등록한 열린우리당 정호준(鄭皓駿) 후보측은 소득세 등 재산상황 관련 부분을 보완하느라 1시간 넘게 등록이 지체되기도 했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비례대표 후보에 대한 등록서류를 일괄 접수했으나 상당수가 서류 미비로 당 차원에서 반려되기도 했다.
비례대표 9번 후보인 박영선(朴映宣) 대변인은 세금 관련 서류를 잘못 준비해 돌려받은 뒤 이날 다시 제출했다.
부산 서구에 출마하는 한나라당 유기준(兪奇濬) 후보는 “등록절차가 복잡해 8번이나 선관위를 예비 방문했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에 출마하는 민주노동당 이선희(李善熙) 후보는 이날 오전 서류미비로 등록과정에서 두 번이나 ‘퇴짜’를 맞았다. 서울 강남갑에 출마하는 한나라당 이종구(李鍾九) 후보도 세금 관련 서류의 수치가 틀리는 바람에 접수가 2시간 이상 지연됐다.
후보등록에 많은 준비가 필요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비례대표 후보를 늦게 확정한 한나라당과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의 등록에도 빨간불이 커졌다.
중앙선관위 문상부(文相富) 선거과장은 “서류를 제대로 준비하려면 하루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뒤늦게 비례대표 후보를 확정한 정당의 경우 후보등록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등록마감인 2일 오후 5시까지 서류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채 접수를 할 경우 접수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 서구에 출마하는 자민련 박한상(朴翰相) 후보는 이날 오전 9시5분에 등록을 마쳐 17대 총선에서 가장 먼저 지역구 후보로 등록했다. 정당 중에는 민주노동당이 가장 먼저 16명의 비례대표 후보를 선관위에 등록했다.
사회당 비례대표 1번인 박진희(朴振喜) 후보는 이날 오전 중앙선관위에 사과상자 16개에 채워진 동전과 1000원짜리 지폐를 가져와 기탁금(1500만원)을 내면서 “기탁금이 과도하다”며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이 훈기자 dreamland@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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