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 앞에 줄지어 있는 상대 후보측 사람 숫자를 보면 ‘견적’이 나옵니다. 아, 얼마 들었겠구나 하고 말이죠.”
15, 16대 두 차례 총선을 치른 열린우리당 김덕배(金德培·경기 고양 일산을) 의원은 2일 각 후보진영이 앞장세운 자원봉사자들의 ‘세 과시’에 속지 말 것을 신신당부했다. 상당수가 돈 주고 동원했거나 특수관계에 있는 ‘위장’ 지지 그룹일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김 의원은 2002년 대선 당시 후보단일화를 요구하며 민주당을 탈당했다가 복당한 것과 관련해 총선시민연대가 자신을 낙천대상 리스트에 올리자 17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먼저 “선거법이 엄격해졌다고 하지만 자신을 도와 주는 참모와 조직원, 자원봉사자들에게 맨입으로 헌신을 요구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털어놨다.
김 의원은 자원봉사자에게 돈을 주지 않을 수 없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지하철역 앞에 나가 하루 종일 허리 굽히고 홍보물 나눠주며 큰 소리로 지지를 호소하다 보면 다음날 도저히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습니다. 미안해서라도 최소한의 ‘성의’ 표시를 안 할 수 없죠.”
그러면서 낙선했던 15대 때의 경험을 털어놨다.
“상대 후보가 읍면동과 통반 단위까지 철저한 조직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나도 맞대응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시 18개 동이 한 선거구였는데 한 동에 10명씩 쓸 경우 180∼200명이 필요했죠. 일당은 5만원. 따라서 하루 1000만원, 한 달에 3억원이 들었습니다. 조직 동원비와는 별도였습니다. 불법인 줄 알았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비용이었습니다.”
결국 자원봉사자의 수로 세력을 과시하려는 후보는 일단 의심을 해보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자원봉사자와 후보자의 관계가 불분명하거나, 자원봉사자끼리 서먹서먹해 하고 마지못한 표정을 짓고 있다면 십중팔구 동원된 ‘조직’이라는 설명이다.
음성적 선거자금을 쓸 수밖에 없는 이런 ‘냄새’나는 자원봉사자들을 끼고 있는 후보는 절대 찍으면 안 된다는 게 김 의원의 결론이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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