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최영해/감사원도 총선 의식하나

  • 입력 2004년 4월 6일 18시 51분


지난해 11월 전윤철(田允喆) 감사원장 취임 후 감사원은 예전과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각종 현안에 대해 신속히 정책감사에 착수해 문제를 파헤치는 ‘기동력’은 분명히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양상이다.

전 원장 취임 직후 LG카드 사태를 초래한 금융감독 당국을 대상으로 발 빠르게 ‘카드 특감’에 착수한 것도 그렇고 대학수학능력시험 특감을 통해 수능 비리를 파헤친 것도 시의 적절했다는 안팎의 평가를 받았다. 대한적십자사의 혈액 부실관리의 실상도 밝혀냈다. 감사원이 나서지 않았다면 이런 비리들이 파헤쳐져 제도 개선으로까지 이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감사원의 기민한 대응에 비추어 지난해 국회가 감사 청구한 KBS의 경영관리 실태 특감결과를 아직도 내놓지 않고 있는 점은 석연치 않다.

감사원은 KBS 특감결과에 대해선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2월 10일과 3월 31일 등 2차례나 발표를 미루었다. 감사원 관계자는 “KBS가 지적 사항을 인정하지 않아 우리도 답답하다”며 “기다려 달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피감기관이 지적 사항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감사 발표를 늦춘 예가 있다는 얘기는 별로 들어 본 일이 없다.

그뿐만이 아니다. 고건(高建)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전 원장에게 서둘러 조사해 줄 것을 요청한 대통령 직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대통령 탄핵소추 규탄성명 발표에 대한 특감 결과도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감사원이 현장 조사를 마치고 법률 검토에 들어간 지 이미 열흘이 지났는데도 결과가 발표되지 않고 있는 데 대해 감사원 실무자들 사이에서도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건이니까…”라는 뒷말이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 삼청동 감사원 뜰에 서 있는 탑에는 ‘공명정대(公明正大)’ ‘바른 감사 바른 나라’라는 원훈(院訓)이 적혀 있다. 행여 감사원이 총선을 의식해 두 현안에 대한 감사결과 발표를 총선 뒤로 미루는 일이 생긴다면 모처럼 쏠린 국민적 기대가 빛이 바래지 않을까 걱정이다.

최영해 정치부기자 yhchoi6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