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헌기(朴憲基·경북 영천) 의원은 이번 선거의 두드러진 특징인 이벤트성 선거운동이 자칫 유권자들의 이성적 판단을 흐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상징 조작과 퍼포먼스 등 감성을 자극하는 방식이 합리적 판단보다는 맹목적인 호오(好惡)의 감정을 일으켜 유권자들을 오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어떻게 국가지도자인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느냐’고 국민감정을 자극하는 후보나 ‘여당이 싹쓸이를 하려 하니 막아야 한다’는 식의 흑백론을 내세우는 후보는 당선 뒤에도 국회에서 바람직스럽지 못한 언동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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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후보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생략한 채 경쟁 정당과 상대 후보에 대한 적대감정을 부추기거나 타도 대상으로 몰아붙이는 후보는 경계해야 한다는 게 그의 충고다.
박 의원은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과거에도 깨끗한 정치를 한다며 빗자루를 들고 나타난 후보 중 정작 선거법을 어긴 후보가 적지 않더라”며 “유권자를 기만하는 후보나 내용과 실천보다 겉치레를 중시하는 가벼운 후보는 유권자들이 옥석을 가려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한나라당의 한 중진의원도 “내심으로는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표를 의식해 정작 국회에서는 농어민의 ‘수호천사’로 감성적 이미지를 심는 데 주력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농어촌 발전과 관련해 평소 발언 한마디 없던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에서 FTA 반대토론에 우르르 나선 뒤 선거판에서 이를 무기로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며 “이런 감정 의존형 후보들은 정말 당선돼서는 안 될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14, 15, 16대 국회의원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지낸 뒤 “나의 시대적 역할은 끝났다”며 17대 총선의 불출마를 선언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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