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등 351개 단체로 구성된 '이라크 파병반대 비상국민행동'이 8일 파병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파병찬성 의원들에 대한 낙선운동에 돌입키로 하는 등 정치권의 파병재검토론을 자극하고 있다.
민주당 추미애(秋美愛) 선대위원장은 이날 서울 유세에서 "진정한 국익과 우리 젊은이들의 소중한 생명을 위해 추가파병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위해 고건(高建)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박근혜(朴槿惠) 한나라당 대표, 정동영(鄭東泳) 열린우리당 의장과 자신간의 4자 회담 개최도 제안했다.
민주당은 국회의 이라크 추가파병 동의안에 '권고적 반대당론'을 정했던 만큼 파병문제의 쟁점화를 통해 지지세 회복의 지렛대로 삼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장전형(張全亨) 선대위 대변인은 "민주당은 추가파병 원점 재검토를 17대 총선 공약으로 제시하고 17대 국회 구성 후 이를 공식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열린우리당도 심정적으로 이라크 파병에 반대했던 소속 후보들이 적지 않아 파병논란이 확대될 경우 추가파병에 찬성했던 당과 후보 개인의 입장 차이로 혼선을 빚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열린우리당은 이에 따라 이미 7일 밤 합동참모본부 김장수(金章洙) 작전본부장으로부터 이라크 현지 상황을 보고받고 "이라크 사태가 파병과 관련된 기존의 방침을 변경할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신기남(辛基南) 상임중앙위원은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한미동맹관계 등을 고려해서 파병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위험성이 증가했다고 해서 결정 자체를 변경할 수는 없다"면서 "파병시기와 부대성격, 형태도 긴급히 변경할 만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못박았다.
하지만 당 관계자들은 지지기반이랄 수 있는 진보성향 유권자와 시민단체들이 파병에 반대하며 선거막판에 대거 관망층으로 돌아서지 않을까 내심 신경을 쓰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미 결정된 파병방침을 이제 와서 바꿀 경우 한미관계 손상 등 더 큰 국익의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이라크 파병은 국회를 통과해 결정된 것으로 파병장소를 옮기는 문제만 남았다. 근본적인 문제를 이래라 저래라 할 순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선교(韓善敎) 대변인은 논평에서 "파병예정지의 치안사정과 주둔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대비가 필요하다"면서 "정부는 교민 안전뿐 아니라 파병장병 안전을 위한 대책을 철저히 강구해 국민의 불안감을 불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노동당 김종철(金鍾哲) 선대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전면적인 내전 상태에서 군대를 보내면 희생자가 속출할 뿐만 아니라 스페인 테러사건에서 보듯 우리 국민이 테러위험에 직접 노출된다"며 "17대 국회에 들어가면 파병철회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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