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7일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장의 노인 폄훼 발언을 삽입한 54초짜리 라디오 광고를 방송한 데 대해 이 발언을 녹음한 언론사들이 “저작권자와 상의가 없었다”며 광고방송 중단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에 한나라당은 전여옥(田麗玉) 대변인의 성명을 통해 “저작권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면서도 논란 확산을 우려해 일단 이 광고 방송을 중단했다.
논란의 핵심은 정 의장 발언에 대한 지적재산권의 효력을 인정해 주느냐의 여부. 이 발언은 지난달 26일 정 의장의 대구 방문 중 CBS i-TV 국민일보가 공동 구성한 대학생 총선 기자단과의 인터뷰 중 녹취됐고, 이후 인터넷과 방송에서 잇따라 보도됐다.
CBS 인터넷뉴스부 민경중 부장은 “전혀 사전상의가 없었다. 유권자들이 우리가 돈을 받고 발언의 저작권을 한나라당에 넘긴 것처럼 인식돼 항의 전화를 많이 받았다”고 푸념했다. 그러나 변호사 출신인 한나라당 나경원(羅卿瑗) 깨끗한선거위원장은 “사전 허락을 받지 않은 점은 죄송하게 생각하나 정 의장 발언은 저작권법 7조5호에 따르면 보호받지 못하는 저작물”이라고 반박했다.
이 문제는 법조계는 ‘권리의 충돌’로 해석하고 있다. 지적재산권법 전문 변호사인 법무법인 ‘세진’의 박성호(朴成浩) 변호사는 “이번 사안은 권리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고, 어느 권리가 우선하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정 의장을 인터뷰한 방송사에서도 저작인접권인 방송권을 주장할 수는 있으나, 동시에 정 의장이 공인인 만큼 인터뷰 내용도 공익과 관련되어 있어 서로 충돌한다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권리와 권리가 부딪칠 때는 공익이 우선하며 지적재산권은 양보를 할 수밖에 없다”며 “초상권이나 방송권 등을 근거로 광고를 금지시켜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경우 법원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탄핵안 가결시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웃고 있는 장면을 삽입한 열린우리당의 TV 광고에 대해서도 법적 논쟁이 벌어질 조짐이다. 민병두(閔丙斗) 총선기획단장은 “탄핵안 표결 장면을 촬영한 모든 방송사로부터 관련 장면을 돈을 주고 구입했다”며 지적재산권 문제는 정리됐음을 밝혔다.
그러나 한나라당 박찬숙(朴贊淑) 홍보위원장은 “박 대표의 웃음은 탄핵안 가결 직후의 표정이 아닌데도 열린우리당이 교묘히 편집해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이 사실일 경우 박 대표는 자신에 대한 초상권 및 인격권을 주장해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을 낼 수 있다. 이에 열린우리당 이평수(李枰秀) 수석부대변인은 “박 대표가 탄핵 표결 이전에 웃었는지를 따지는 것은 본질을 덮으려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이수형기자 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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