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정부 안팎에서는 “최악의 상황에 놓여 있는 북한 동포의 인권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이제는 말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그러나 이번에도 한반도 평화를 위해 북한 지도부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일종의 타협책을 선택한 셈이다.
정부는 지난해에는 표결에 아예 불참했다는 점에서 “올해는 진전된 것이 아니냐”고 반문한다. 표결 불참이란 회의장에는 입장하지만 찬성 반대 기권을 표시하는 단추 3개 가운데 아무것도 누르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불참과 기권은 ‘외교적 기법’에서는 다를지 모르지만 인류 보편적 가치에 해당하는 인권 문제를 외면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동안 국내외의 북한 인권단체는 “굶주리는 북한 동포에게 쌀을 보내는 정부가 북한 동포의 비참한 인권 현실을 모른 척할 수 있느냐”며 정부를 압박해 왔다.
이런 비판을 의식해 외교통상부는 11일 “정부는 표결에서 기권한 뒤 북한의 심각한 인권상황에 대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표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우려 표시 방식 및 수위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현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실무적으로 총괄하는 이종석(李鍾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은 지난해 6월 언론 기고문에서 표결 불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한국 외교의 최대 목표는 한반도 평화와 안전을 실현하는 것이다. 이라크 파병 결정이나 언뜻 상치되어 보이는 대북 인권결의안 불참도 이런 목표를 위해서였다. 실용주의라는 관점에서 규범적 명분을 근본적 국익에 선행시킬 수는 없다.”
북한 인권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질 경우 북한을 자극하고, 이런 자극이 한반도 평화를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 인권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지는 것과 같은 명분을 한반도 평화라는 실익보다 앞세울 수는 없다는 의미다.
한국이 불참한 지난해 북한 인권결의안은 53개 위원국 중 찬성 28, 반대 10, 기권 10표로 통과됐다.
이와는 별도로 정부가 표결 전에 국민에게 정책 결정 배경을 설명하지 않는 것은 4·15총선을 의식한 결과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11일 “기권 결정을 했지만 표결 전에는 공식 발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윤영관(尹永寬) 외교부 장관이 표결 전날인 4월 15일 국회에 출석해 ‘표결 불참’ 방침을 사전 설명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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