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강균…’은 최근 대통령 부인 학력 비하 발언을 편집해 내보냈다가 방송위원회의 징계 중 하나인 ‘주의’ 조치를 받았으며, 9일 방송에서는 한나라당 전여옥(田麗玉) 대변인의 신분을 확인하지 않고 다른 사람과의 통화 내용을 전 대변인과의 통화라고 방영했다가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MBC 내부에서는 “어떻게 이런 실수가 나올 수 있느냐”며 사전 스크린 시스템의 강화 등 구조적 진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12일 오전 임원회의에서도 논란이 벌어졌으며 제작진에 대한 중징계가 예상되고 있다.
MBC 보도본부장 구본홍(具本弘) 이사는 이날 “2개의 사건은 ‘신강균…’ 제작진이 치밀하게 업무를 수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치한다”며 “학력 비하 발언의 편집에 관한 부분은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인터뷰 착오 건은 방송사고”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총선을 앞두고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흐르는 프로그램과 이를 사전에 거르는 스크린 기능의 이상에서 비롯됐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중견 PD는 “최근 젊은 기자나 PD들의 정치 지향적 제작태도를 견제하기가 쉽지 않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치나 시국 관련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별도의 스크린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은 제작진간 상호 견제와 심의부의 심의를 거쳐 만들어져야 하지만 제작일선에서 이 같은 과정이 거의 지켜지지 않는다는 게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신강균…’의 제작진은 6명의 기자와 6명의 취재PD를 포함해 21명에 이르는데도 ‘실수’가 걸러지지 않았다. MBC 심의부도 “문제가 된 2건의 ‘사고’ 프로그램의 경우 완성된 프로그램을 볼 수 없어 큐시트와 간단한 대본만 심의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김우룡(金寓龍) 한국외국어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MBC가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채널 이미지 실추가 우려된다”며 “이번에 추락한 공신력을 회복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9일 방송에서 ‘전 대변인’의 전화 목소리로 잘못 나갔던 40대 초반의 주부는 “6일 오후 MBC가 전화를 걸어와 전여옥씨냐고 묻지도 않고 색깔론 운운하기에 여론조사하는 줄 알고 ‘그런 얘기 듣고 싶지 않다’고 하며 끊었다”며 “MBC측에서 그 후 사과 한마디 없다”고 말했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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