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음직한 붉은 빛이 감도는 배추김치를 한 조각 배어 분 이씨는 "고향이 북쪽인데 평양 김치는 원래 그 뛰어난 맛으로 유명하다"며 "조미료가 적어 깔끔한 평양 김치의 맛을 어느 정도 살렸다"고 말했다.
국내 유통업계에 '직교역 북한산(産)'이 늘고 있다.
이제까지는 저가(低價)의 의류나 수산물 등 생식품이 전부였지만 최근엔 '질'을 갖춘 상품이 하나둘 생겨나는 것. 과거와 달리 중국 등 제 3국의 업체를 거치지 않는 '직교역'이 늘면서 무관세 혜택으로 가격 경쟁력도 더 높아졌다.
롯데백화점은 18일까지 본점 영등포 강남점에서 대인물산이 북한의 광명성총회사와 직교역해 들여온 북한산 '가시집 김치'를 팔고 있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북한산 배추와 마늘 등 천연재료만을 사용했으며 대인물산 측이 직접 북한을 방문해 재배와 생산 과정을 점검했다는 것. 유기농이지만 가격은 일반 김치에 비해서도 30% 싸다.
롯데백화점 오대식 바이어는 "직교역 상품은 북한산으로 포장되고도 질이 떨어지는 중국산이 섞이는 위험이 없다"며 "자연산으로 만든 참게장 등 다양한 북한산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도 16~18일 여성 중가 브랜드인 디알토가 디자인과 모든 원자재를 보내 북한에서 만든 옷을 판매한다.
신세계 마동호 바이어는 "북한 사람들의 손재주가 뛰어나 중국산보다 품질이 월등히 뛰어나다"며 "이제까지 북한에서 생산돼 중국을 경유한 북한산 의류에는 8.1~13%의 관세가 부가되지만 직교역은 무관세여서 가격이 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같은 브랜드를 달고도 가격은 △블라우스 29,000원(국내산 5만9000~8만9000원) △원피스 4만9000~5만9000원(〃 8만9000~12만8000원) 등으로 국내산의 절반 수준.
홈플러스 측도 "직교역으로 러시아산에 비해 가격이 20% 정도 싼 북한산 북어채(300g 5980원)를 간헐적으로 팔고 있다"며 "중국산에 비해 질이 좋은 북한산 의류를 5월경 들여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식품의 경우 유통 기간이 길고 입맛도 다르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H홈쇼핑 측은 "지난해 중국을 경유한 북한산 식품을 팔았지만 유통기간이 길어져 신선도가 떨어지고 맛도 익숙하지 않은 탓인지 호응이 낮았다"고 말했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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