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택수씨 “설마 난 안걸리겠지 했는데”

  • 입력 2004년 4월 13일 18시 46분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가 진행되면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냈다. ‘설마 내가 받은 것은 (수사에서) 안 나오겠지’라고 생각했으나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혐의가 드러났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다.”

2003년 8, 9월 롯데에서 3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여택수(呂澤壽·사진) 전 대통령제1부속실 행정관이 13일 열린 1심 결심 재판에서 자신의 복잡한 심경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여씨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김병운·金秉云)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국민 가슴에 실망을 심어주고 대통령을 어렵게 만든 책임을 통감한다”며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만큼 어떤 처벌도 달게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씨는 “청와대에 들어가니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청와대 직원은 보통의 칼보다 몇 배 잘 드는 칼을 쥐고 있기 때문에 이를 잘못 쓰면 많은 사람들이 다친다’고 충고했다”며 “나도 이 말을 따라 아내와 아이들 얼굴 보기도 힘들 정도로 열심히 노력했으나 그만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고 말았다”고 후회했다.

한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안대희·安大熙)는 이날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돈을 받은 데다 3억원 중 1억원을 유용해 정부에는 도덕적 타격을, 국민에겐 큰 좌절을 줬다”며 여씨에게 징역 3년에 추징금 3억원을 구형했다.

선고 재판은 29일 오전 10시.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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