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은 조선왕조 건국 당시부터 설계돼 있던 물길이다. 청계천은 기본적으로 하천이기 때문에 도시 기능이 원활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조성돼야 한다. 그러자면 변화된 도심환경과 맞아떨어져야 하고 다양화된 시대적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하천이 돼야 한다. 청계천이 만들어질 당시 서울 도성의 인구는 20만명이었지만 지금은 1000만명이 넘는 거대도시다. 원형-원위치 복원만을 고집하는 것은 이런 인구 증가에 따른 경제력과 교통량의 엄청난 변화를 무시하는 것이다. 또 범람 가능성 등 수리 조절의 어려움도 경시해서는 안 된다. 이런 문제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과거와 현재가 조화롭게 병존할 수 있는 청계천 복원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김기봉 건축설계사·서울 종로구 팔판동
▼청계천 유역 ‘안전-친환경성’ 먼저 생각해야 ▼
청계천 복원을 통해 우리가 얻으려는 것은 조선시대의 원형만이 아니다. 폭우에도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생태하천, 시민이 물과 더불어 쉴 수 있는 ‘친수(親水) 공간’이 우선이다. 물론 문화유적을 복원해 서울이 역사도시로 거듭나게 하려는 목적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목적에 집착하는 것은 ‘어른 몸에 아이 옷을 입히려는’ 무리한 시도다. 600년간의 청계천 유역 개발, 최근의 급속한 도시화 등으로 청계천 주변은 이미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뒤덮였다. 여기에 광교와 수표교의 원형을 복원하려면 엄청난 공사비를 들여야 하고, 나아가 홍수 위협도 견뎌야 한다. 우리 후손들이 봤을 때 원형 복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간과 자연을 위한 공간의 창출일 것이다.
황성준 수험생·서울 관악구 신림동
▼서울의 옛모습 복원 훌륭한 관광자원 될 수도 ▼
지난해 7월 시작된 청계천 복원공사는 가뜩이나 심각한 서울도심의 교통난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그렇지만 시민들은 청계천 복원의 당위성과 이것이 가져올 환경·문화적 파급효과를 충분히 인식하기에 불편함을 감내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서울시가 복원공사를 현재의 잣대에 맞추어 임의대로 추진하려는 것은 청계천의 완전한 옛 모습을 기대하는 시민들의 열망을 무시하는 것이다. 유럽 고도(古都)의 시민들은 중세의 건물들을 헐지 않고 내부만 현대식으로 개조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다소 불편함은 있겠지만 이를 감수함으로써 생활터전 자체를 훌륭한 관광자원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런 모습을 서울에서도 볼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박준홍 자영업·서울 종로구 명륜동
▼귀중한 역사의 현장 무작정 뜯어 옮겨선 안돼 ▼
광통교와 수표교를 원형대로 복원하자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광통교 밑에는 ‘다리 끝 받침돌’이라는 게 있다. 새어머니였던 신덕왕후 강씨를 미워했던 태종 이방원은 강씨의 묘지석이던 이 받침돌을 뜯어 다리 개축에 썼다. 역사가들은 이 묘지석 중 하나가 뒤집혀 있는 것을 두고 태종이 강씨에게 품은 원한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한다. 이 같은 ‘미시사(微視史)’의 흔적은 제 위치 복원이 아니면 읽어낼 요량이 없다. 조선왕조실록에 있는 단어 하나만으로도 TV 대하드라마 100부작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하물며 귀중한 역사가 살아 숨쉬는 현장을 무작정 뜯어 옮긴다면 서울시는 한국사에, 그리고 후세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게 될 것이다.
김일락 대학생·서울 금천구 시흥동
다음주 ‘독자토론마당’의 주제는 ‘조망권의 사적(私的) 권리 인정 논란’입니다. 서울남부지법은 11일 서울 여의도동 A아파트 주민 588명이 맞은편에 들어서는 120m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이 조망권을 침해했다면서 제기한 건축공사 금지 소송을 기각했습니다. 재판부는 “경관 조망은 차단물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우연한 사실에 의한 것으로, 이는 일종의 반사적 이익이며 그 자체가 조망하는 자의 사적 권리의 대상은 아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개인이 경관 조망을 누릴 수 있는 권리보다 건축의 이익을 중시하는 것은 국민정서에 적합하지 않으며 조망권은 일조권과 마찬가지로 사적 권리로 보호받아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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