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3명, 선거운동 자원봉사하며 민주주의 ‘학습’

  • 입력 2004년 4월 13일 18시 46분


4·15총선에서 후보 선거운동원으로 활동하며 한국 민주주의의 현장을 체험하고 있는 탈북자 선거운동원 이금관(왼쪽), 김성천씨.-연합
4·15총선에서 후보 선거운동원으로 활동하며 한국 민주주의의 현장을 체험하고 있는 탈북자 선거운동원 이금관(왼쪽), 김성천씨.-연합
“국민이 뽑아준 정치인들이 서로 싸움이나 하는 모습이 처음엔 충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총선을 거치면 좀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2∼3년 전 한국으로 온 탈북자 3명이 4·15총선의 후보 선거운동원을 자청해 활동하면서 한국의 민주주의를 몸소 체험하고 있다.

서울 노원갑 지역에서 일주일째 모정당 후보 운동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금관씨(29)와 김성천(41), 어모씨(28·여) 등 3명이 주인공. 김씨는 2001년 9월 태국 방콕을 거쳐 입국했고 이씨는 2002년 8월, 어씨는 2002년 12월 각각 중국을 통해 들어왔다.

3명의 탈북자는 북한의 민주화와 탈북자 지원활동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후보의 공약과 정책을 지지해 선거운동원으로 봉사하기로 했다.

이씨는 “후보가 총선에 출마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바로 전화를 걸어 자원봉사 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15일 한국에서 처음으로 국회의원 선거 투표를 하게 된다.

이씨는 “북한은 일당독재 체제로 후보가 한 명에 불과하고 반대표를 던지면 체제에 대한 반항으로 여겨져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남한은 여러 당의 후보들이 나와 선거운동을 벌이므로 북한보다 훨씬 소란스럽고 국민의 정치 참여 욕구가 높다”고 남북한 선거의 차이를 설명했다.

그는 또 “후보가 점심은 사줄 것으로 생각했는데 엄격해진 선거법 때문에 내 돈 내고 밥을 먹어야 한다”며 “그러나 일주일간 선거운동을 해 보니 혼탁선거를 막는 방향으로 선거법이 잘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는 탈북 후 공사현장 등에서 막노동을 하다 지인의 소개로 북한인권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씨는 “다음부터는 불법 선거자금 등으로 나라가 시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국민도 이번 선거에 꼭 참여하고, 뽑은 정치인을 비판만 하지 말고 이들이 흐트러지지 않게 도와주고 격려해 줄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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