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理性의 한 표를 행사하자

  • 입력 2004년 4월 14일 18시 35분


17대 총선 선거일이다. 299명의 국회의원을 뽑는 오늘은 낡은 정치를 추방하고 새로운 정치의 틀을 마련해야 하는 중요한 날이다. 15일 유권자들은 투표장에 가는 일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선거일이 임시공휴일인 까닭은 빠짐없이 투표하라는 뜻이지 놀러 가라는 것이 아니다.

일부는 뽑을 만한 후보가 없다고 말한다. 기권도 의사표시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잘못된 생각이다. 선거란 최선이 없으면 차선이라도 찾는 선별 과정이다. 투표율이 낮으면 민의(民意)와 다른 결과가 나와 대의민주주의의 대표성을 왜곡시킬 수 있다.

여야 구도 변화, 진보정당 출현 등 새로운 정치지형을 예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총선의 의미는 크다. 그러나 탄핵 찬반 바람에 이은 ‘박풍(朴風)’ ‘추풍(秋風)’ ‘노풍(老風)’에 휩쓸려 인물과 정책 대결이란 총선 본래의 의미가 크게 훼손됐다. 되살아난 듯한 지역주의 정서에 눈물, 단식, 삭발, 삼보일배(三步一拜) 등 감성(感性) 이벤트도 유난히 많았다.

오늘 투표장에 가는 유권자들은 그런 감성정치에 이성(理性)이 흐려진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무엇이 진정 나라를 생각하는 길인지 마음을 가다듬어야 한다.

이번 총선은 1인2표제다. 지역구 후보의 경우 누가 지역과 나라, 정치발전을 위해 필요한 인물인지 따져봐야 한다. 선거관리위원회가 가정에 보낸 재산 전과 납세 병역 등 후보자 신상정보를 다시 한번 살펴보는 것도 방법이다.

비례대표를 뽑는 정당투표의 경우 각 정당의 과거 현재를 토대로 미래의 비전을 살펴 신중한 선택을 해야 한다. 그러자면 정당들의 정책과 실현 가능성을 꼼꼼히 비교 분석해 봐야 한다. 이성의 한 표를 행사할 때 나라의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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