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표가 시작되자 서울역, 강남 고속버스터미널 등 유동인구가 많은 장소에서는 많은 시민들이 대형 TV 앞에 모여 심각한 표정으로 개표방송을 지켜봤다. 서울 강남 등의 아파트 단지는 TV 개표중계를 지켜보느라 밤늦게까지 불야성을 이뤘고 대형 식당에서도 TV를 보느라 2시간 이상 시간을 보내는 시민들이 적지 않았다. 퇴근길 직장 동료들과 회사 근처 식당에 모여 개표 방송을 지켜봤다는 회사원 전병희씨(34)는 “정치신인이 거물들을 꺾고 속속 국회에 입성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며 “17대 국회는 국민의 신뢰를 받는 국회로 거듭났으면 좋겠다”고 희망을 밝혔다.
○…서울 관악구 봉천7동 인헌초등학교에 마련된 관악구 개표소에서는 오후 7시15분경 자동 개표기 3대가 정상적인 투표용지 수백장을 읽지 못하고 ‘미 분류’ 칸으로 쏟아내 개표가 잠시 중단됐다. 선관위 관계자는 “조사 결과 개표기 센서가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해 문제가 생겼다”며 센서를 조정한 뒤 5분 후 개표를 재개. 또 서초구 양재동 양재고에 마련된 개표소에서는 선관위가 “센서가 민감해 용지에 이물질이 조금만 묻어도 오류가 날 우려가 있다. 개표 담당자들은 간식을 먹은 뒤 꼭 손을 씻어 달라”고 수시로 안내방송을 내보내기도 했다.
○…서울 은평구 개표소가 마련된 불광동 한국여성개발원 강당에서는 10개 투표함에서 ‘국민발의권과 국민소환권을 요구한다’라는 내용이 쓰인 가로 8cm, 세로 5cm 크기의 쪽지가 각각 3개씩 발견됐다. 개표 관계자들은 “쪽지 크기가 별로 크지 않은데다 금방 눈에 띄어 개표에는 별다른 지장이 없다”고 밝혔다.
○…방송사 출구 조사에서 1, 2위 후보 간에 2% 이내의 박빙의 결과가 예측됐던 서울 서대문갑 개표소 현장에는 각 당에서 나온 투표 참관인들이 투표지 분류 프로그램의 집계 결과판을 내내 주시하며 역전과 재역전이 거듭될 때마다 한숨을 쉬거나 환호성을 올렸다. 이들은 개표 사무원 바로 앞에 밀착해서 분류기에 종이가 걸리거나 오작동할 때마다 사무원들에게 이의를 제기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한편 이날 개표가 진행되는 동안 한나라당 이성헌, 열린우리당 우상호 후보가 엎치락뒤치락하자 선관위 직원들조차 “3번이 앞서는데…. 아니 1번이…”라며 흥분과 긴장을 감추지 못했다.
○…광주 서을 선거구 개표가 진행된 염주체육관에서는 뭉치표가 발견돼 부정표 논란이 일었다. 이날 오후 6시40분경 서을 선거구의 금호동 5투표구와 화정4동 3투표구, 상무2동 투표구 등의 투표함에서 3장 또는 2장 단위로 한꺼번에 접힌 뭉치표 8장을 민주노동당 참관인이 발견해 이의를 제기했다. 장광환 선거관리위원장은 ‘부정표 처리’ 가능성을 시사하며 뭉치표 투표용지를 다른 봉투에 분류해놓았으며 추후 심사위원회를 열어 무효표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17대 총선에서 낙선 당선운동을 펼쳐 온 시민단체들은 개표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서울 종로구 안국동 느티나무카페에 상황실을 마련한 총선시민연대측은 열린우리당이 압승하고 낙선대상자 중 상당수가 고배를 든 것으로 드러나자 일제히 환호성을 올렸다. 총선시민연대 관계자는 “낙선대상자 206명 가운데 최대 50∼70%가 실제 낙선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지 후보를 선정해 당선 운동을 펼친 물갈이연대 관계자들도 중구 수하동 상황실에 모여들어 열린우리당의 선전과 민주노동당의 약진이라는 개표 결과에 한껏 고무된 표정이었다. 김현옥 사무국장은 “개표가 완전히 끝나지 않아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지지후보 가운데 절반가량이 당선권에 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72명의 낙선 대상자를 발표했던 보수단체 상황실에서는 아쉬운 탄성이 터져 나왔다. 북핵저지시민연대 박찬성 대표는 “낙선 대상자 중 20% 정도만이 탈락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경합지역이 많은 만큼 끝까지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투표과정에서는 이번 총선에 처음 도입된 1인2표제를 둘러싸고 곳곳에서 혼선이 빚어졌다. 경기 광주시 송정 4투표소에서는 50대 남성 유권자가 4장의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으려다 선거참관인에게 발견돼 이 중 2장이 사표처리 됐다. 이 유권자는 후보자용 투표용지와 정당투표용 투표용지 각각 2장씩 기표한 뒤 투표함에 넣으려다 제지당한 것. 선관위는 “이 유권자가 투표용지 2장에 기표해야 하는 것을 각 투표용지 2장씩 기표해야 하는 것으로 오해한 것 같다”고 말했다. 울산 중구 우정동 우정성당 투표소에서 70대 초반의 할머니는 투표에 앞서 동행한 며느리로부터 1인2표제에 대해 한참 설명을 들었으나 여전히 이해를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하며 “투표하기가 이렇게 어려우니까 노인들에게 투표하지 말라고 그랬구나”라고 말해 투표장에 있던 30여명이 폭소를 터뜨리기도 했다.
○…광진구 개표소가 마련된 자양고교 체육관에서는 투표 마감 뒤 도착한 투표함 가운데 2, 3개가 봉인 종이테이프에 선관위 직인이 보이지 않아 참관인들이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확인 결과 다른 투표함들은 덮개 네 면에 모두 종이테이프를 붙이고 직인을 찍은 것과 달리 문제가 된 투표함들은 자물쇠 밑에 종이테이프를 붙인 뒤 직인을 찍어 잘 보이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 한강 둔치 축구장 등지에는 20대 젊은층 수백명이 모여 개표 방송을 관심 있게 지켜봤다. 이날 오후 6시30분경부터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빌딩 앞에 네티즌 150여명이 모여 신문사 대형 전광판을 통해 중계되는 개표방송을 시청하면서 열린우리당 후보들의 선전에 환호했다. 이들은 당선이 확실시되는 열린우리당 후보의 얼굴이 전광판에 비칠 때마다 함성을 지르며 환호했으며 50여명은 촛불을 들고 ‘탄핵 무효’를 외치기도 했다.
○…울산 6개 선거구 가운데 한나라당이 3곳을 차지하고 열린우리당 민주노동당 국민통합21도 1석씩 차지해 ‘전국에서 지역색이 가장 옅은 모범 선거구’라는 평가가 나왔다. 노인폄훼 발언 이후 영남 지역에서 지역주의 구도가 재연되면서 이 지역에선 정몽준(鄭夢準) 후보의 ‘아성’인 동구와 ‘노동자 자치구’로 분류된 북구를 제외한 4곳을 한나라당이 석권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농어촌 지역으로 전통적으로 한나라당 지지세가 강했던 울주군에서 열린우리당 강길부(姜吉夫) 후보가 재선의원인 한나라당 권기술(權琪述)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총선 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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