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노동당 노회찬 사무총장.
총선기간 중 각종 토론회에서 촌철살인의 말솜씨로 ‘뜬’ 그는 16일 새벽 개표마감 직전이 되어서야 17대 총선의 마지막 당선자로 확정 되며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그런데 민주노동당 지지율 상승의 ‘1등공신’으로 선대 본부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던 그의 비례대표 순번이 8번으로 늦은 것을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민련의 정당지지율이 조금만 높았다면 ‘금배지’를 김종필 총재에게 빼앗길 뻔 한 위험한 순번이었기 때문.
“배수진을 치고 선거를 책임지라는 당원들의 뜻이었다고 생각한다.”
노 총장은 국회의원 당선이 확정된 날 가진 동아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당원들의 투표로 결정된 비례대표 순번이 밀린 이유를 이 같이 설명했다.
우여곡절 끝에 비례대표 말번인 56번째로 당선된 노 총장의 재산신고액은 불과 731만원.
부인의 말에 의하면 노 총장은 한달에 100만 원 이상을 집에 가져다 준 적이 없다. 생활비의 대부분은 여성단체에서 일하는 부인의 월급(100만원 미만)으로 충당 했다.
지금까지 ‘살림살이에 별 도움이 안 됐던’ 노 총장은 17대 국회가 개원하는 6월1일 부터 어깨에 조금 힘을 줘도 되지 않을까.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1년 세비는 1억원에 조금 못 미치는 거액. 노 총장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도 없는 많은 고정수입이 매달 생긴다.
“살림살이 나아지는 것은 포기했다. 민주 노동당 국회의원 당선자들은 ‘세비 포기 각서’를 썼다. 한달에 개인적으로 쓸 수 있는 한도는 180만원(근로자 평균임금)이다. 나머지는 당에 반납해 정책개발에 쓴다.”
잘 알려진 대로 노 총장은 노동운동가로 잔뼈가 굵었다. 노 총장에게 국회의원이란 어떤 의미일까.
“남들은 출세나 권력의 상징으로 이해하지만 저는 오히려 헌신과 봉사만이 요구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편안하게 살고 싶은 사람에게는 하기 싫은 자리가 돼야 한다.”
노 총장은 17대 국회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로 ‘이라크 추가 파병철회’를 꼽았다.
“역사의 준엄한 평가를 받게 될 일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노총장의 목소리에서 굳은 의지가 읽힌다.
노 총장은 그 다음 과제로 국회의원의 특권 없애기를 꼽았다.
“공무가 아닌데도 비행기나 열차 타는 비용을 면제 받는 것 같은, 국민들이 공감하는 것은 다 없애고 싶다.”
노 총장은 네티즌들이 ‘노회찬 어록’을 정리해 유포시킬 정도로 말을 잘 하는 정치인으로 유명하다.
그런 노 총장이 생각하는 라이벌 ‘논객’은 누구일까.
“홍준표 의원은 아주 적극적이다. 견해는 극명하게 다르지만 홍의원이 참가한 토론은 박진감이 넘친다. 유시민 의원도 토론 솜씨가 매우 뛰어나다. 비록 이번에 낙선 했지만 민주당 김경재 의원도 조리 있게 토론을 잘 한다.”
노 총장은 토론을 하기 싫은 사람도 언급했다.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 있다. 한국말로 물었는데 영어로 답하고, 질문과는 다른 엉뚱한 대답을 하고, 초점을 분산시키고. 우리나라 국회의원 중에 이런 사람들이 특히 많다.”
노 총장은 “국민들이 동네 이장 만나 듯, 집 앞 슈퍼에 가듯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국회를 만드는데 앞장서겠다”며 “민주 노동당 10명의 의원이 열심히 한다면 국민들이 다음에는 제1야당으로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 한다”며 기염을 토하고 인터뷰를 마무리 했다.
박해식 동아닷컴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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