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후 각 정당은 일제히 민생에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말에 그쳐서는 안 된다.
지금 해외 경제와 수출은 호황이지만 내수는 끝없이 침체하고 국민들은 살림살이가 외환위기 때보다 더 힘들다고 한다. 기업들은 해외로 빠져나가고 이를 대체할 고부가가치 산업은 자라지 않아 산업 공동화(空洞化)의 징후가 뚜렷하다.
경제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기업 활동과 투자를 활성화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그래야 일자리가 늘어나고 성장 잠재력이 커진다. 다행히 선거 직후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추는 정책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기업인들과 경제계는 불안해한다. 이들의 불안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속담일 것이다. ‘386운동권’들이 청와대에 이어 국회에 대거 입성함으로써 정책이 다시 표류하거나 급진적으로 바뀌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경제는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한다. “1년도 정말 길었는데 앞으로 4년을 어떻게 보내나” 탄식하는 기업인도 보았다. 1년의 시행착오를 통해 정부가 투자 활성화와 성장 동력 확충을 중점 과제로 정했다면 여당이 힘을 실어줘야 한다.
열린우리당이 제1당이 된 만큼 ‘힘이 모자라서’라는 핑계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앞으로 4년간의 민생, 나아가 한국 경제가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느냐 여기서 고꾸라지느냐는 온전히 집권 여당의 책임이다.
한나라당은 기업 활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공약을 많이 내걸었다. 그러나 기업 친화 정책이 또다시 정경유착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
‘차떼기’로 상징되는 정치권의 비리야말로 기업을 해치는 일이다. 세계로 뻗어가야 할 기업들에 불법 정치자금을 걷고 분식회계를 조장하는 것은 기업을 병들게 하고 연쇄적으로 사회 전반의 투명성과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한나라당은 과거의 부패를 청산하고 일관된 보수 정책 정당으로 거듭나는 것이 민생을 살리는 일이다.
민주노동당은 ‘무엇이 진정 근로자 서민 농민을 위한 것인가’하는 진지한 고민을 바탕으로 의정활동을 해야 한다.
공정 과세는 필요하다. 그러나 부유세 신설로 자본이 한국을 버리고 해외로만 나간다면 경제 회생은 어려워진다. 또 근로자의 권익에 치중하다 오히려 일자리를 줄이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민노당은 과격한 노동운동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대화와 상생의 노사문화를 만드는 데 앞장서는 것이 서민을 위하는 길이다.
경제는 깨지기 쉬운 유리와 같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섣불리 환자를 치료한다고 서로 싸우다가 환자를 죽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
더구나 한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거센 대외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지금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신연수 경제부 차장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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