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틀이 바뀐다]<中>새로운 주역 ‘제3세대’

  • 입력 2004년 4월 18일 18시 47분


동아일보와 연세대 국제학연구소및 아시아재단의 공동조사 결과 17대 국회는 산업화 및 민주화 시기와 구별되는 ‘포스트 3김 시대’에 원내에 진출한 ‘제3세대’가 최다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3세대 국회의원은 이전 세대보다 전문성은 높아졌으나 오히려 다소 개방성이 부족하고 이념지향적 성향이 강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정치 참여 준비기간도 이전 세대에 비해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대 구별은 한국정치사의 정치지배체제 변화를 기준으로 1세대는 1987년 직선제 개헌 이전 권위주의 체제 때 입문한 정치인, 2세대는 87년 이후 3김시대 종료(2004년 17대 총선) 이전까지 입문한 정치인, 3세대는 이번 17대 총선에서 입문한 정치인이다.

▼관련기사▼
- <上>당선자 이념성향
- <下>정부-국회관계 선진화

▽제3세대 정치인의 성장배경=한나라당의 경우 43%의 당선자가 정치 3세대이고, 열린우리당은 3세대 비율이 68.2%나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3세대의 직업배경으로는 교육계 경력자가 17.2%로서 1, 2세대와 비교하여 크게 늘었고 법조인 비중은 크게 변하지 않은 반면 언론인 비중은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3세대 정치인 중 박사학위 소지자는 24.4%, 이과 전공자는 10.9%로 1, 2세대에 비해 비중이 크게 늘어났으나 국제화 경험은 앞선 세대보다 오히려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3세대 정치인의 진보 성향은 대외정책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2세대에 비해 보안법 개정, 농업 보호, 대북 유화정책, 탈미(脫美) 외교를 지지하는 비중이 현저히 높다.

하지만 경제분야에서는 2세대 정치인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경영 모델을 기업자율선택에 맡기자는 3세대 정치인의 비율은 50.0%로 2세대 정치인의 53.7%보다 다소 낮은 수준이다. 따라서 3세대 정치인이 다수가 된 17대 국회는 경제분야보다는 대북(對北) 대외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급격히 진보쪽으로 선회할 것이 예상된다.

▽제3세대 정치인의 준비 정도와 한계=40개 항목의 집중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3세대 정치인들은 비교적 일찌감치 정치입문을 꿈꾸었으면서도 실제 출마를 위한 준비기간은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3세대 가운데 30대 이전에 일찌감치 정치 입문을 결심한 당선자는 50.0%로, 2세대 중 30대 이전에 정치입문을 결심한 비율(41.5%)보다 훨씬 높았다. 그러나 3세대 의원들의 경우 ‘선거를 6개월도 남기지 않고 출마를 결정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46.2%에 이르지만, 1, 2세대 의원들의 경우 그 비율이 13.0%에 그쳤다.

준비기간이 길지 않았는데도 3세대 당선자가 많이 나온 것은 이번 선거가 충분한 검증보다는 ‘바람’의 영향을 크게 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확고한 리더십이 형성되지 못한 상태에서 타협 조정에 의한 의사결정 모델을 정착시키지 못할 경우 독선 대립에 따른 정치갈등이 심화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모종린(牟鍾璘) 교수는 “3김 시대의 권위주의적 보스정치나 지역주의로부터 자유롭고 참신한 3세대들이 대거 국회에 진출함으로써 변화와 역동성이 증가될 수 있지만, 열성에 비해 부족한 경험과 편협한 시야에 사로잡힐 경우 정치불안이 심화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정리=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조사·분석 참여교수=김석우(서울시립대), 전용주(동의대), 모종린 교수(연세대 국제학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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