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총재는 이날 서울 마포당사에서 정계 은퇴를 선언하면서 “노병은 죽지 않고 조용히 사라질 뿐이다. 43년간 정계에 몸담았고 이제 완전히 연소돼 재가 됐다”며 “세상은 옳든, 옳지 않든 바뀌었다. 패전 장수가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고 소회를 밝혔다.
▽3김 시대의 명맥이 끊기다=3김의 영향력은 이미 2000년 총선과 2002년 대선을 거치며 크게 약화됐지만 3김의 명맥은 그들의 가신(家臣)그룹을 통해 유지돼 왔고 김 총재는 당 총재직을 유지하며 권토중래를 노렸다.
하지만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적자(嫡子)’임을 자처했던 민주당은 이번 17대 총선에서 사실상 몰락했다.
한화갑(韓和甲) 전 민주당 대표가 총선에서 살아남았고 DJ의 장남인 김홍일(金弘一) 의원이 민주당 비례대표 4번으로 17대 국회에 입성하는 등 ‘흔적’은 남아 있지만 동교동계의 결집된 영향력은 사실상 소멸됐다. 여기에다 한 전 대표는 검찰수사를 앞두고 있다.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의 상도동계도 문을 닫게 됐다. 한나라당 서청원(徐淸源) 전 대표가 검찰에 구속됐으며 YS의 대변인인 박종웅(朴鍾雄) 의원은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뒤 부산 사하을에 무소속으로 출마했으나 간신히 3위를 차지했다. YS의 차남 현철(賢哲)씨도 부친의 정치적 고향인 경남 거제에서 출마하려다 결국 포기했다.
이런 상황에서 JP까지 텃밭인 충청지역의 외면으로 비례대표 1번을 받아놓고도 정당 투표율이 3%에 미달(2.8%)하는 바람에 정계를 떠나게 됐다.
▽3김 시대 종식의 의미=인하대 김용호(金容浩·정치학) 교수는 “돈과 조직 가신 지역패권 카리스마 등에 기반을 둔 권위주의 정당 체제가 무너지고 미디어 정당, 원내 정당, 정책 정당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것”이라고 역사적 의미를 부여했다.
김 교수는 정치를 전통적 의미의 ‘파워게임’으로 보지 않고 일종의 ‘놀이문화’로 받아들이고 있는 20, 30대의 출현과 기존 정당의 구조개혁을 바라는 40대가 변화의 추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희대 김의영(金義英·정치학) 교수는 JP의 정계 은퇴에 대해 “3김 시대의 관성과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지역주의 보스 정치를 이어가고 여기에 이념적 경직성 등이 중첩돼 총선 참패로 이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대 장달중(張達重·정치학) 교수는 “지역에 기반을 둔 ‘오너 정치’ 시대가 해체된 것 자체가 발전이다. 그러나 앞으로 이념이나 정책 위주의 정당 구조로 갈지, 다시 과거의 지역주의가 살아날지 분명치 않다. 선진적인 정당 구조가 형성되려면 이를 주도할 정치세력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 뚜렷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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