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총선 과반의석 확보로 ‘위기’를 벗어나자 마침내 정치-이념 성향에 따른 당내 갈등이 시작되는 걸까.
22일 정세균 열린우리당 정책위장과 안영근 의원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보수적 발언’을 한것과 관련해 당원들로부터 곤욕을 치르고 있다.
특히 정 의원은 일부 당원들에게 ‘적’으로 간주되는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한 것이 더욱 큰 비난의 빌미가 되고 있다.
▽정세균 “국보법, 정간법 개정보다 경제살리기가 먼저”▽
정 의원은 조선일보 22일자 인터뷰에서 국가보안법 개폐, 정기간행물법 개정 등 당내 일각의 개혁요구에 대해 “경제를 살리고 난 뒤 조용하게 처리해야지, 먼저 그런 문제를 들춰내면 나라에 이로울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이라크 파병문제는 일곱 번이나 의원총회를 거쳐 당론으로 정한 것”이라며 재론의 여지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열린우리당 당선자 60% 이상이 미군 철수에 동의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운동권 출신 등 당선자들도 제도권에 들어와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영근 “노 대통령 탄핵심판 나올때까지 자중해야”▽
안 의원은 일간스포츠와의 인터뷰(22일자)에서 21일 청와대 만찬과 관련 “노무현 대통령은 탄핵심판이 나올 때까지는 자중해야 한다”, "열린우리당은 건전보수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동아닷컴과의 전화 통화에서도 “노 대통령에게도 정국을 이렇게 만든 데 대한 책임이 있다. 탄핵심판이 나올 때까지 자중자애하는 게 중요하지 밥 먹는 정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당의 진로에 대해서도 “민노당이 의회에 진출해 우리의 사고방식은 이미 보수적 입장으로 분류될 수밖에 없다. 앞으론 우리당과 민노당이 건전보수와 건전진보로 정책대결을 펼쳐야 한다”고 재확인 했다.
▽당원들 “우리당 의원 맞나요?”▽
이같은 인터뷰 내용이 알려지자 당원들은 열린우리당 홈페이지 당원게시판을 통해 두 의원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분을 참지 못한 일부 당원들은 두 의원의 홈페이지까지 찾아 들어가 욕설을 하기도 했으며 이 과정에서 정 의원의 홈페이지가 22일 오후 내내 불통이 됐다.
‘미야고’라는 당원은 “국가보안법, 정기간행물법은 열린우리당의 정체성과도 관련이 있는데, 정 의원은 이런 문제를 들춰내면 이로울 게 없다니 한나라당 정책위원장인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당원 전종홍씨도 “정세균 정책위장을 위시해 열린우리당 지도부들의 조선일보에 대한 태도는 조선일보 폐간운동을 벌이며 피터지게 싸우고 있는 여러 당원들과 진보인사들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종호씨는 “안영근 의원은 아직도 한나라 근성을 못버렸다”며 “건전보수 운운하는 것은 딴나라 청년수구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안 의원이 한나라당에서 당적을 옮긴 것을 빗대 비난했다.
최철우씨도 “무엇보다 당내단합이 중요한 지금 노 대통령이 어렵게 자리를 마련한 것을 가지고 비판을 해대다니 실망스럽다”며 “안 의원, 당신이 더 자중자애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반응에 대해 두 의원측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진의가 왜곡 없이 받아들여지길 바란다”고 말해 이러한 논란이 확대되는 것을 우려했다.
최현정 동아닷컴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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