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천 읍 인구는 약 6만명, 용천 군 전체 인구는 13만명 정도다. 아직 폭발의 규모조차 알려지지 않은 이번 사고를 단순히 비교하자면 1977년 이리 역 폭발 사고와 견줘볼 수 있다. 당시 다이나마이트 등 화약 40t이 폭발한 이리 사고의 사망자는 59명, 중경상자는 1402명으로 집계됐다. 당시 이리의 인구가 14만명이었고 시내 한복판에서 사고가 일어났다는 점을 감안한다고 해도 폭발의 규모를 비교하면 용천역 피해 규모가 이보다 클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
용천 역 주변이 주택가인데다 이번 폭발로 용천 역 주변 1km가 붕괴됐다는 전언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LPG 탱크 3대(18만리터) 정도가 폭발할 때의 폭발력이 TNT 폭탄 26.5t과 맞먹는데, 이 경우 주변 560m의 콘크리트 건물이 붕괴된다는 것. TNT는 대부분의 다이나마이트보다 폭발력이 강하다. 4.7km 밖의 유리창이 깨지는 폭발력이다. 따라서 주변 1km가 붕괴됐다면 이보다 더 많은 양의 LPG, 또는 LPG와 인화 물질의 혼합물이 폭발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번 폭발은 올 2월 이란 네이샤브르시 근처에서 발생한 화물 열차 폭발 사고와 유사한 점도 많다. 인구 17만의 네이샤브르시 근처에서 유황과 석유, 비료에 불이 붙어 폭발한 이 사고의 희생자는 사망자 320여명과 부상자 460여명. 희생자는 대부분 열차 주변에 모여 화재를 구경하거나, 진흙으로 만든 가옥이 붕괴되면서 발생했다.
북한의 시골 가옥도 대부분 충격에 약한 재질로 만들어져 건물 붕괴로 인해 희생자를 늘였을 가능성이 크다. 건축 자재가 부족한 북한 시골에서는 '산자집' 이라고 해서 나무 기둥에 진흙 벽을 바른 뒤 시멘트로 얇게 미장을 하거나, 진흙 벽돌로 집을 짓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시멘트라고 해도 강도가 떨어진다.
따라서 이번 사고는 인구가 밀집한 지역, 대규모 폭발, 가옥 붕괴라는 '악재'가 겹쳐 사상자 규모가 충분히 천명 단위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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