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땅 위에 두 개의 커다란 구덩이가 나 있었다. 수많은 건물이 완전히 무너졌으며 일부 건물은 검게 그을린 벽체만 남아 있다. 구호단이 도착했을 때 이 곳은 섬뜩한 적막감만 감돌았다."
국제 구호단의 현장 조사와 일부 언론의 현장 취재가 진행되면서 용천역 폭발 사고 현장모습이 알려지고 있다. 특히 전체 사망자 가운데 절반 가량의 희생자를 낸 용천 소학교의 피해 모습이 자세히 알려지면서 국제 사회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사고 발생 이틀 뒤인 24일 현장을 찾은 국제 구호단과 중국 신화 통신은 "학교 건물은 직격탄을 맞은 것처럼 파괴돼 있었고 역에서 수백 미터 반경에는 멀쩡한 건물이 없었다"고 전했다.
▽최대 피해 입은 용천 소학교=신화 통신 보도진은 "24일 학교를 찾았을 때 초등학생들이 교문 앞에 기대고 서서 사고 순간을 회상하는 듯 부서진 학교 건물을 망연자실 바라보고 있었다"고 전했다. 운동장에는 운동 기구와 전깃줄이 이리저리 흩어져 있었다.
역 동쪽 200m 지점에 있는 이 학교는 지붕이 날아가고 유리창이 모두 깨졌으며 꼭대기층은 완전히 붕괴된 상태였다. 사고가 난 시간은 학생들이 하교를 준비하던 무렵. 많은 학생들이 사고 순간 매몰돼 즉사했고, 일부 학생들은 대피해 나왔지만 총알같이 날아온 파편에 맞아 숨졌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현장을 목격한 화교(북한거주 중국인)를 만났다는 단둥 소식통은 "당시 학교에 대략 15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있었다"면서 "매몰자 수색 등이 끝나면 학생들의 사망자 규모가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용천역과 주변 피해 상황=열차가 폭발한 지점에는 깊이 10m, 넓이 10m 가량의 구덩이 두 개가 생겨났다. 국제 적십자사 관계자는 "마치 운석이 충돌한 듯 했다"면서 "4㎞ 떨어진 곳에서도 구덩이가 보였다"고 설명했다. 휘어진 선로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고 뒤집어진 객차들이 여기 저기 나뒹굴고 있었다.
역에서 수백 미터 반경의 주택가는 폐허로 변했다. 흔적도 없이 파괴돼 돌 무더기 상태로만 남아 있는 집들이 많았고 벽만 남았거나 지붕이 날아간 집들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사고 지점에서 4㎞ 떨어진 곳의 집들도 지붕이 날아가거나 창문이 부서졌다.
주민들은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신화통신 기자들은 "골목길을 지날 때 딱딱하게 굳은 얼굴의 주민들과 마주쳤다"고 전했다. 일부는 파괴된 집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고 부서진 공장 앞을 어슬렁거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얼굴에 부상을 입은 주민들도 눈에 띄었다. 상당수 주민들은 사고 현장을 치우며 쓸만한 물건을 찾고 있었다. 국제 구호단의 한 관계자는 "사람들이 우마차에 가재도구를 싣고 친구나 친척집으로 가는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북한 정부의 일차 구호 조치는 신속하게 진행된 것처럼 보였다. 구호단원들은 "우리가 도착했을 때 시신이나 부상자는 눈에 띄지 않았다"면서 "북한 정부가 현장을 일차적으로 잘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사고 당시 상황=구호단과 언론이 현지에서 만난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사고 당시 폭발이 일어난 일대가 불바다로 변했고, 차량마다 피투성이가 된 채 울부짖는 사람들로 가득한' 아비규환이 한동안 계속됐다. 한 목격자는 "사람들의 상태가 가지각색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누워 있었고 서있는 사람도 있었다. 일부는 울부짖거나 비명을 질렀다"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한 북한 여성은 국제 적십자사 직원에게 "미국이 핵폭탄을 터뜨렸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들 역시 "드디어 전쟁이 났다. 이제 끝장났다고 여겼다"고 증언했다.
금동근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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