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담꾼 노회찬 '취중 실언' 파문

  • 입력 2004년 4월 27일 15시 38분


‘화려한 언어구사 능력’으로 스타가 된 노회찬 민주노동당 사무총장이 일간스포츠 신문과의 인터뷰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김근태 고문에게 “웬만하면 비후염 수술 좀 해라”고 한 것은 물론 유시민 의원은 “논평할 필요가 없는 품질”이고, 청주 교도소 수감시절 “문규현 신부는 저녁 조회 때 술 먹고 취해 별의별 사건이 많았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 돼 비난이 빗발친 것.

노 총장은 파문이 일자 26일 자신의 홈페이지(www.nanjoong.net )를 통해 공식 사과했다.

아울러 노 총장은 일간스포츠의 보도 내용은 “저의 말을 스포츠 신문답게 재번역한 것이며 다른 사람의 입으로 재가공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노 총장은 특히 김근태 의원과 관련해서 사적인 관계까지 소개하며 깊이 사과했다.

그는 “김근태 의원은 저에게 운동의 선배이자 고등학교 대선배 되는 분이고, 김의원의 부인은 제 아내에게 아직도 ‘존경하는 언니’로 남아있다”고 소개한 뒤 “아무리 취중이지만 김근태 의원은 제가 함부로 말할 분이 아니다”며 “그날 여러 가벼운 얘기 중에 김근태 의원의 콧소리가 화제에 올랐고 주변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수술을 내켜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은 바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동석한 한 기자가 비후염수술은 경우에 따라 위험한 수술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그 얘기는 끝났다”고 해명했다.

노 총장은 “(정치인 평가를 부탁받고 평가한 대목 가운데)김 의원 외에도 사실관계가 앞뒤가 잘린 채 잘못 전달된 곳이 여러 군데 있다”며 “문규현 신부님 얘기는 사실무근이며 유시민, 남경필, 김문수 의원 부분도 저의 발언취지가 제대로 표현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일간스포츠에 보도 된 문신부 관련 부분은 “(노 총장이 옥중생활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술은 식빵에 요구르트 부어서 만들어 먹었다며 도수를 높이는데는 원기소가 최고라고 말한 뒤) 의무실에 가서 ‘갑자기 기력이 없다. 아프다. 원기소 먹으면 나을 것 같아요’ 해서 얻어 온 원기소를 넣으면 알코올 도수가 2도는 높아져요. 면회 온 사람들이 “뭐 필요하냐”고 하면“요구르트 200병 넣어주세요”라고 하지. 문규현 신부는 저녁 조회 때 술 먹고 취해 가지고 별의별 사건 많았어요.”라는 대목.

노 총장은 김문수 의원에 대해서는 “김문수 의원은 위대한 사람이었어. 성실하고 전투적이었지. 어정쩡한 후배들이 김문수 욕할 때 ‘느그들이 욕할 자격이 있냐’고 내가 핀잔 줄 정도였지. 감옥에 있을 때 “막스 레닌 읽지 말고 토플러 읽어보라”며 책도 넣어줬는데, 출감해서 진보정당 계속하자고 찾아갔더니 “나는 집안에 죄인이다. 살아 생전에 실현하지 못하는 건 자존심과 이상을 만족시키는 것에 불과하다. 내 길 가겠다”고 하더라. 그 후엔 조선인 형사가 일본인 형사보다 더 무섭다는 식으로, 자기가 버린 곳이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가 잘 안되길 바라는 것 같아.”고 말한 것으로 적혀있다.

또 노 총장은 유시민의원에 대해서 “별로다. 국회의원 할 정도면 징그러운 사람들이다. 유 의원의 품질은… 유시민이는 논평할 필요가 없는 품질이야. 아는 친구에게 전화가 왔는데 유시민이랑 같이 낚시하러 가자는 거야. 어이가 없어서 “그 사람도 낚시 하냐. 그렇게 성질이 급한데”라고 되물었더니, “좋아한다”는 거야. 낚시터에 어울리는 상대, 극장 상대, 다방 상대가 따로 있잖아.“라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

이밖에 노 총장은 “추미애, 사투리 제대로 알고해라”,“박근혜, 커피마신 남자 기억하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일간스포츠는 이 기사를 지난 22일 민노당사 부근 포장마차에서 노 총장과 소주를 8병이나 마시며 4시간동안 인터뷰한 내용이라며 정치팀장인 ‘정덕상 취중토크’ 코너에 실었다.

한편 노 총장의 해명에 대해 일간스포츠 정 팀장은 “사실 그대로 보도한 것이다. 인터뷰 녹취록을 공개할 용의가 있다”고 항의하며 논란이 심화될 조짐을 보였다.

하지만 27일 밤 노총장이 일간스포츠와 취중토크에 대해 해명하는 자리를 갖는 걸로 문제는 일단락 됐다.

이 자리에서 노 총장은 해명글을 게재하는 과정에서 ‘스포츠신문의 속성’이라는 표현에 대해 “경어체로 한 말을 평어체로 바꾼 것 등 일간스포츠 나름대로 재미있게 표현한 것에 대해 말한 것”이라며 “언론사를 폄훼할 생각은 없었다”고 유감을 표시했다.

김근태 원내 대표도 “코수술은 이미 했다. 물고문 때문에 생긴 후유증”이라며 “노 총장을 잘 안다. 그냥 친한 후배가 건넨 덕담”이라며 크게 문제시하지 않았다고 일간스포츠는 전했다.

▶도깨비 뉴스서 사과문 및 기사 전문보기

박해식 동아닷컴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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