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을 요구한 미국의 행정부 당국자는 28일 본보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요즘 그런 얘기가 워싱턴 정가에 돌고 있다”며 “진위와 그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국방위원장이 실제로 그런 말을 했다면 예의주시하지 않을 수 없는 변화의 조짐으로 본다는 뜻이다. 서울과 워싱턴의 북한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낙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미국 대선이 끝날 때까지 ‘그럭저럭 버티기(Muddling through)’로 일관하며 북핵 해결을 미룰 것이라고 전망해 왔다.
한미 양국의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베이징발 미확인 발언을 놓고 두 가지 각도에서 추측을 해보고 있다. 우선 부시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하고 민주당의 존 케리 후보가 백악관을 차지하더라도 미국의 대북정책이 온건해질 리 없다는 김 위원장의 ‘불안감’을 반영하는 발언이 아니냐는 것.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29일 “발언의 진위는 알 수 없지만 실제로 민주당 행정부가 출범해도 북한과의 협상 스타일만 바뀔 뿐 근본적 내용이 달라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오히려 가시적인 성과를 얻어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더욱 강경한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미 행정부 당국자도 “케리 행정부가 들어서도 현 대북정책을 지지하는 공화당이 의회를 계속 장악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미국의 대북정책이 온건해질 것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하지만 김 위원장이 이 같은 점을 염두에 두고 보다 유연한 입장에서 대화에 임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상반된 시각도 있다. ‘미 대선이 끝나도 대북 적대정책이 변하지 않을 게 분명하다면 우리도 언제든 막갈 수 있다’는 얘기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 뜻을 풍김으로써 북핵 문제 해결에 조급증을 내고 있는 중국에 은근한 부담을 줘 경제원조 등을 얻어내려는 치밀한 계산 끝에 나온 발언이라는 해석이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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