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이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 핵 문제의 실타래를 푸는 실질적 계기가 마련될지, 아니면 6자회담이 지루한 시간 끌기의 장으로 전락할 것인지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실무그룹회의 진행=이번 회의는 특정한 의제도, 폐회 날짜도 없이 열린다.
6자회담 한국측 수석대표인 이수혁(李秀赫) 외교통상부 차관보는 29일 “사안이 민감해 의제를 정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워 (의제에) 제약을 두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실무그룹회의의 중국측 대표로 이날 방한한 닝푸쿠이(寧賦魁) 외교부 북핵 담당 대사도 “회의가 언제 끝날지는 진전 여부에 달려 있으며 필요하면 한 달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측이 이런 일정에 합의한 것은 “인내심과 신축성을 갖고 6자회담 과정에 적극 참여하겠다. 회담 진전을 위해 기여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방중 발언과 맥이 닿는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북한이 ‘벼랑 끝 전술’ 대신, 운신의 폭을 6자회담으로 제한하는 것 자체가 핵 문제 해결을 향한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말했다.
▽회의 전망=그러나 과연 실질적 진전이 있을 것인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여권의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북한이나 미국 어느 쪽도 근본적 태도엔 아무런 변화가 없기 때문에 실무그룹회의는 상호 이해를 보다 깊게 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북측 대표단이 김 위원장의 ‘결단’을 갖고 회의장에 들어서지 않는 한 실질적 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고 말했다.
실무그룹회의의 각국 대표는 한국의 조태용(趙太庸) 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장, 북한의 이근(李根) 외무성 미주국 부국장, 미국의 조지프 디트라니 한반도담당대사, 일본의 쓰루오카 고지(鶴岡公二) 외무성 총합정책국 심의관, 중국의 닝푸쿠이 대사, 러시아의 발레리 수히닌 외무부 아주 1국 부국장 등이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