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 계파경쟁]“정치는 변하는것” 적도 동지도 없다

  • 입력 2004년 4월 29일 19시 02분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오른쪽)이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당사를 방문한 궈진룽 중국 티베트자치구 당서기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 의장은 이날 “북한 용천역 폭발사고 후 중국이 신속하게 인도적 지원을 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경제기자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오른쪽)이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당사를 방문한 궈진룽 중국 티베트자치구 당서기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 의장은 이날 “북한 용천역 폭발사고 후 중국이 신속하게 인도적 지원을 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경제기자
‘정치는 생물(生物)’이란 격언처럼 열린우리당 내 각 세력의 합종연횡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당권파’ ‘재야파’ ‘친노(親盧)개혁파’ 등 핵심 3개 그룹이 사안별로 견제와 협력의 카드를 뽑아들고 있어 무정형의 탄력적인 관계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이들 그룹의 연대 움직임은 5월 들어 실시될 원내대표 경선이 결정적 분기점이 될 것 같다.

▽장면 1=1월 11일의 열린우리당 전당대회에서 친노파들이 정동영(鄭東泳) 의장과 신기남(辛基南) 상임중앙위원에게 몰표를 던짐으로써 당권파와 친노파간에 굳건한 연대가 사실상 이뤄졌다. 김원웅(金元雄) 유시민(柳時敏) 의원을 중심으로 한 친노그룹은 2002년 대선에서 재야파 핵심인 김근태(金槿泰) 원내대표의 뒤늦은 ‘노무현 지지 선언’에 대해 매우 서운하게 생각했다. 반면 끝까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해 ‘경선 지킴이’ 역할을 했던 정 의장에게 우호적이었다.

▽장면 2=3자간의 이런 관계는 2월 13일 국회 이라크 파병안 처리과정까지 유지됐다. ‘정신적 여당’으로서 파병에 찬성해야 한다는 정 의장과 ‘전쟁 성격의 변질’을 지적하며 재검토론에 기울어졌던 김 원내대표가 대립하자 유 의원이 ‘당론은 찬성, 의원은 소신투표’라는 타협점을 제시함으로써 양측간의 중재자역을 자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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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도부 실용노선에 일부 반발

▽장면 3=3월 4·15총선 후보자 공천과정에서 당권파와 친노그룹이 부닥치면서 두 세력의 간극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친노그룹은 ‘개혁공천’을 요구하며 당권파들의 공천 결과를 일부 뒤집기도 했다. 반면 당권파와 재야파는 적절한 선에서 타협함으로써 갈등기류를 노출하지 않았다.

▽장면 4=선거운동기간 불거진 정 의장의 ‘노인 폄훼 발언’은 당권파와 친노그룹의 거리를 더욱 벌려 놓았다. 이강철(李康哲) 후보 등 영남지역 친노그룹은 이 발언에 강력히 반발하며 정 의장 사퇴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장면 5=26∼28일 강원 양양군 오색그린야드호텔에서 열린 당 워크숍에서 정 의장 등 당 지도부는 ‘실용적 개혁정당’으로 당의 정체성을 정리했다. 그러자 김원웅 의원은 “정 의장이 정리한 당의 정체성은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도 말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김 의원은 “지금은 그냥 넘어가지만 앞으로 추이를 봐가며 세를 규합하겠다.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원내대표 경선이 시험대=열린우리당 내 3대 세력간의 이합집산은 5월 치러질 원내대표 경선을 통해 1차적으로 정리될 전망이다. 재야파에서는 통일부장관 입각과 원내대표 재출마를 놓고 고민 중인 김 대표가 입각 쪽으로 기울어지면 대타로 이해찬(李海瓚) 의원의 출마가 예상된다. 청와대 쪽도 이 의원의 원내대표 출마에 긍정적이라는 후문이다.

당권파에서는 천정배(千正培) 의원과 김한길 당선자가 출마를 준비 중이다. 정 의장은 당권파를 밀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결국 재야파와 당권파의 한 판 승부가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친노파가 어느 쪽을 지지할지가 관건이다. 친노파는 인간적으로는 당권파, 노선상으로는 재야파와 가깝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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