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적으로 책임질 사람은 나 자신"

  • 입력 2004년 4월 30일 15시 03분


“만약의 피해와 실수에 대해 최종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결국 나 자신이다.”

29일 한강 반포대교에서 투신자살한 박태영 전남지사가 단체장 출마직전 쓴 자서전에서 자살의 동기를 생각하게 하는 글을 남겨 관심을 끌고 있다.

박 지사는 지난 2002년 4월 전남지사 출마를 앞두고 ‘전남의 미래가 보인다’는 자서전을 출간했다.

그는 이 책의 한 부분에서 교보생명 비서과장 재직 시절 상관으로 모시던 신용호 회장과의 '선문답'을 소개했다.

어느 날 신 회장이 그에게 “회장 자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으나 즉답을 못하자 “하루에도 한강다리에 몇 번 갔다 왔다 하는 자리”라고 말했다는 것.

신 회장은 이어 “‘내가 뛰어내리면 나 혼자로서는 간단한데 말이야’라고 생각하다가도 ‘아니다 뛰어내릴 용기로 회사를 다시 해보자’하는 생각을 수십 번도 더 하는 자리”라고 덧붙였다고 적고 있다.

박 지사는 “당시 신 회장과의 대화를 통해, 내가 어떤 책임을 질 수 있는 위치에 섰을 때 그 말의 의미가 얼마나 절박한 것인가를 이해할 수 있었다”고 술회했다.

그는 이어 “최선을 다해 업무를 추진했고 조금이라도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실수를 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면서 “그러나 만약의 경우 피해와 실수가 생기면 결국 나 자신이 책임을 져야한다는 생각으로 시행착오를 줄이려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글의 내용은 박 지사가 '완벽주의자로 자존심이 강하고 명예를 중시했던 인물'이라는 주변의 평가와 함께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 무엇이었나를 엿볼 수 있게 해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조창현 동아닷컴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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