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당선자는 현대중공업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현대자동차 대표, 현대캐피탈 회장을 지낸 대표적인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 최 당선자는 박정희(朴正熙) 유신정권 붕괴의 결정적 계기가 된 1979년 8월 신민당사 점거농성투쟁(일명 YH사태) 당시 노조지부장으로 평생을 노동자와 여성의 권익향상을 위해 바친 자칭 ‘공순이’이다.
이 당선자로 대표되는 ‘사(使) 출신’과 최 당선자로 대표되는 ‘노(勞) 출신’의 대결은 이번 국회에서 ‘분배와 성장’을 둘러싼 우선순위 논쟁에서 시작될 전망이다.
최 당선자는 경영인 출신 국회의원들과의 관계 설정에 대해서 “많이 부딪치게 될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그 사람들은 그동안 너무 많이 갖고 누려왔다”며 “그들이 누려왔던 것을 빼앗겠다는 것이 아니라 함께 나누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박정희 정권 시절부터 선(先)성장 후(後)분배를 얘기해 왔지만 지금까지도 분배가 되지 않고 있지 않느냐”면서 “현재의 사회갈등은 빈부격차에서 나오는 것으로 사회불안 요소를 제거한다는 측면에서도 분배는 ‘정의의 나눔’”이라고 강조했다.
시장경제 신봉자인 이 당선자는 사회의 갈등과 분열 현상이 성장 일변도의 ‘관(官)주도형 개발 경제체제’가 가져오는 필연적인 부작용이라는 측면에서는 최 당선자와 견해를 같이한다. 분배의 문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성장만을 추구함에 따라 사회 각 부문이 상호 신뢰를 잃는 바람에 갈등이 증폭됐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그의 해법은 최 당선자와는 사뭇 다르다. 그는 기업에 대한 제도적인 지원을 강화하고 규제 철폐를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생산적인 복지체계를 만들어 성장과 분배를 조화시키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인식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정치적 이념이 다르더라도 국회에서는 모든 것을 털어놓고 얘기하겠다”고 ‘열린 태도’를 보였다.
이훈기자 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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