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부가 최근 사이버 범죄에 대한 수사권을 갖겠다며 구체적인 법 개정을 추진하고 나서자 경찰은 7일 이를 반박하는 기자간담회를 여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통부는 정보통신망법 61∼65조에 대한 수사권 확보를 위해 법무부와 협의 중이라고 7일 밝혔다. 정통부는 이미 3월 23일 수사권 확보를 위한 법률 개정을 법무부에 요청한 상태.
정통부가 수사권을 요청한 정보통신망법 61∼65조는 △사이버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해킹 △네트워크 장애 △음란물 유포 △사이버 스토킹 △스팸메일을 규정한 조항으로 최근 일어나는 사이버 범죄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법이 개정될 경우 정통부는 사실상 모든 분야의 사이버 범죄에 대한 수사권을 경찰과 동등한 자격으로 갖게 된다.
이에 따라 범죄를 인지할 경우 수사기관에 고발할 필요 없이 단독으로 수사를 할 수 있게 된다.
정통부 요구의 근거는 수사의 전문성과 효율성. 정통부에 사법경찰권을 주면 △갈수록 지능화하는 사이버 범죄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해지고 △증거 확보도 쉬워지며 △전문요원이 수사에 참여함으로써 바이러스 유포나 해킹 등에 따른 전산망 피해도 조기에 차단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경찰은 검찰이나 경찰 등 수사기관이 수사를 할 수 없는 아주 특수한 경우가 아닌 한 수사권을 다른 부처에 넘기는 것은 법과 원칙에 어긋난다는 반대논리를 펴고 있다.
게다가 전문적인 훈련을 받지 않은 일반 공무원이 수사권을 가질 경우 수사권 남용 등에 따른 인권침해 우려가 크다는 주장이다.
경찰청 임승택 사이버테러대응센터장은 7일 기자간담회에서 “경찰은 사이버 범죄에 대비하기 위해 이미 전국적이고 전문적인 조직체계를 갖추고 있다”며 “정통부가 ‘더 전문적’이라는 이유로 수사권을 갖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반박했다.
경찰이 이처럼 수사권 공유에 강하게 반대하는 이유는 사이버테러대응센터가 범죄 수사에서 상급 수사기관인 검찰보다도 큰 성과를 거두는 등 ‘경찰의 간판 수사팀’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
특히 사이버 수사권을 공유하도록 정통부에 권유한 기관이 검찰이어서 경찰 내부에서는 “검찰이 왜 경찰 고유영역을 건드리느냐”는 볼멘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처럼 경찰이 태도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어 정통부와 경찰의 수사권 공유 줄다리기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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