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은 지난 탄핵정국과 총선을 거치면서 17대 국회가 과거와 다른 환골탈태를 이루어내라고 주문하고 일하는 국회, 정책국회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17대 국회가 처한 대내외적인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렵고,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 또한 과거와 달리 막중하기만 합니다. 무엇보다 서민생활의 안정을 위해 잃어버린 경제활력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우리 앞에는 비정규직 문제 등 노사문제, 이라크 파병 등 외교현안, 교육개혁, 재벌개혁 등 당내 논의과정에서 많은 분열과 갈등을 초래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이들 문제는 당의 정체성을 시험하고 단합을 해칠 수도 있을 뿐 아니라, 국민통합을 저해할 수 있는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처럼 어려운 정책환경 속에서 하루속히 민생안정과 국민통합을 이루면서 미래성장 동력을 찾는데 일조하고자 정책위원장에 나섰습니다.
사회통합을 이루어 가면서 개혁을 이뤄내는데 앞장서겠습니다. 정치는 사회생활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분열을 지속적으로 치유하여 끊임없이 통합으로 수렴해가는 과정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는 오히려 정치로 인해 사회 분열과 갈등이 증폭된 사례를 많이 목도하였습니다.
저는 정치와 경제는 물론 문화·스포츠분야까지 두루 거쳤습니다. 두 차례의 은행장 생활을 통해 탁상경제가 아닌 살아 숨쉬는 민생경제를 경험하였습니다. 스포츠 단체장도 역임하면서 문화·스포츠 분야에도 견문을 넓혔습니다.
재무부 장관과 경제부총리 시절에는 두 정권에 걸쳐 말만 요란했던 금융실명제와 부동산실명제 도입을 주도했고 성공적으로 정착시켰습니다. 오늘날 수많은 비자금, 정치자금, 기업비리도 실명제 없이는 그 전모가 드러나기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러한 획기적인 개혁조치가 우리사회에 착근할 수 있었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경제상황을 고려하고 국민의 동의를 얻으려는 수많은 숨은 노력의 결실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저는 제가 거친 어떠한 자리에서도 독선과 아집이 아닌, 현실안주가 아닌, 개혁과 통합이 각자 제자리에서 최대한 조화롭게 발휘되도록 하였습니다. 저는 ‘잘 준비된 정책위의장’이라고 자임하고 있으며,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정책위를 활짝 열어 가겠습니다.
첫째, 저는 먼저 과거와 같이 지도부의 참모로서의 정책위가 아닌 의원 및 당원동지의 참모로서, 의원을 지원하는 서비스 부서로서의 정책위로, 그리고 소수만이 아닌 의원 모두에게 열린 정책위를 만들겠습니다.
국민은 이번 총선에서 우리당에게 과반이 넘는 152명의 당선자를 주었습니다. 무엇보다 각계각층에서 전문성을 쌓아온 108명의 새로운 인재를 일꾼으로 선택했습니다. 저는 이들 초선의원들이 지닌 넓은 이념적 스펙트럼이 충분히 정책으로 구현되도록 최대한 지원하겠습니다.
4년 간의 의정활동에서 생산한 정책이 40년, 100년이 넘게 기억되도록 정책활동을 충분히 지원하겠습니다. 또한 정책위를 명실상부하게 당의 축소판이 될 수 있도록 분야별로 다양한 소위원회를 활성화하고 상설위원회로 운영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당이 운영하는 정책위, 소수가 결정하는 정책위가 아니라, 다양한 논의가 정책위에서 이루어지고, 의원들도 자신의 견해가 당의 정책으로 결정되도록 서로 경쟁하는 ‘자유시장적인 정책위’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당론화나 정책화 과정도 지금처럼 의원 개개인의 역량에 맡겨놓지 않고 일단 제기가 되면 자동적으로 정책위에서 시스템적으로 논의가 이루어져 당론이나 정책으로 완성되는 프로세스를 만들겠습니다.
둘째, 국민에게 활짝 열린 정책위를 만들겠습니다. 기존의 당·정 및 당·청 협의가 당이 뒷전에서 정부의 결정에 힘을 보태주는 소극적인 모습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저는 정책 네트워크의 중심에 정책위가 자리잡도록 하겠습니다. 당정협의를 일상화·상설화함으로써 정책결정과정에서 통과의례에 불과한 중간절차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정책이 완결되는 종착역이 되도록 내실을 높여 나가겠습니다. 이를 위해 먼저 기존의 당정협의체제를 개편하여 당·정뿐 아닌 시민단체·전문가 및 이해관계자 대표들도 참가하는 열린 정책위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작년 방폐장 유치문제에서 보았듯이, 당이 민의수렴을 게을리 했을 때 여론수렴을 통한 정책반영이라는 정당의 본분을 잃어버리게 되었던 뼈아픈 경험을 한 바 있습니다. 또한 정부정책의 권위 상실은 시민사회와 민간부분을 지배의 대상·통치의 대상으로 보는 정부의 인식이 달라지지 않은데 기인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시민사회와 민간부분이 우리 사회의 가버닝 파워의 중심에 진입한 것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며, 따라서 정책협의도 이들을 상대자로 인식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셋째, 야당에게도 항상 대화의 문을 열어놓겠습니다. 이제 여야관계는 정책과 개혁으로 경쟁하고 대화하면서 국리민복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봅니다. 야당의 주장도 인내심을 갖고 경청하고 해법을 찾기 위해 함께 치열하게 고민하겠습니다. 원내대표간의 대화를 효율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야당정책위의장과 대화를 정례화하고 분야별로 현안에 대하여 야당의원들과 논의를 하도록 추진하겠습니다.
이러한 열린 정책위를 통해 저는 무엇보다도 경기를 살려 민생을 안정시키는 일에 전력투구하겠습니다. 특히 중국쇼크, 오일쇼크, 미 금리인상 등 대외여건 악화에 대비한 비상대책도 당이 주도적으로 마련하겠습니다. 또한 민생안정과 직결된 부동산 가격안정, 신용불량자, 청년실업, 사교육비 경감, 그리고 중소기업 문제 등 5대 민생현안 해결에 정책위가 발벗고 나서겠습니다.
굳건한 미래 성장동력을 찾고 아직도 우리사회 곳곳에 남아있는 기득권에 의한 불공정 요인과 투명성부족을 털어 내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겠습니다. 경제는 물론 북핵, 이라크 파병, 용산기지 이전 등 외교안보 현안이나 비정규직, 재벌개혁, 노사개혁 등 당면현안도 당이 중심이 되어 해결방안을 마련하겠습니다.
살리는 개혁, 실용적 개혁, 결과지향적 개혁을 지향하겠습니다. 먼저, 우리가 지향하는 개혁은 죽이는 개혁이 아니라 살리는 개혁, 파괴하는 개혁이 아니라 실용적 개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제를 살리는 개혁, 나라를 살리는 개혁, 그리고 우리 모두를 살리는 개혁을 하겠습니다. 기존 질서의 폐해와 악습은 털어 내되 동시에 희망의 새 질서를 돋게 하고 국민을 편안하게 하는 개혁이어야 합니다.
둘째, 결과가 있는 개혁을 지향하겠습니다. 이념이나 거대 담론만 갖고 현실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결과지향적 개혁을 하려면 치밀한 준비를 통해 개혁목표를 살리면서 현실에 적합한 개혁 대안과 수순을 찾아야 합니다. 선후, 경중, 완급을 따져 전략적으로 밀고 나가야 합니다. 인내가 필요하고 지혜가 있어야 합니다. 조급하게 모든 것을 다 한꺼번에 이루겠다고 덤비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을뿐더러 개혁의 내성만 키울 뿐입니다.
결과를 얻기 위해 중요한 매듭이 무엇인지 찾아 그 맥을 하나하나 끈기 있게 풀어가겠습니다. 이러한 인식 아래 저는 지난 1년간 만들어진 국정개혁과제 가운데 핵심이 되는 과제를 추려 집중적으로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습니다.
존경하는 당선자 동지 여러분.
역사의 수레바퀴는 잠시도 멈춰서는 안됩니다. 참다운 발전을 이루어 나가는 개혁은 계속돼야 합니다. 저는 지난 3월 촛불시위에 참여해 희망의 정치를 낳았던 엄숙한 마음으로 당선자 동지 여러분께 다가서려 합니다. 희망의 불꽃을 살리는 정치와 국회, 그리고 열린우리당을 만들기 위해 당선자 동지 여러분과 함께 아름다운 개혁의 화음을 만들어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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