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대표로 당선된 천정배(千正培) 의원은 정동영(鄭東泳) 의장, 신기남(辛基南) 상임중앙위원과 함께 당권파의 핵심이다. 그러나 개인적인 성향은 개혁을 중시하는 원칙주의자다. 그는 이번 경선과정에서도 “우리 당이 국민으로부터 받은 지지와 사랑에 보답하는 길은 첫째도 개혁, 둘째도 개혁, 셋째도 개혁”이라며 개혁드라이브에 무게중심을 뒀다. 이것이 당 워크숍 설문조사에서 ‘진보+중도진보’라고 스스로를 규정한 63%의 당선자들에게 파고든 셈이다.
반면 민주재야파의 지지를 받았던 이해찬(李海瓚) 의원은 시종일관 ‘안정적 개혁’을 주장, 일부 관료 및 영입인사들을 끌어들이는 데는 성공했으나 초선그룹(108명) 쟁탈전에서 패배함으로써 고배를 마셨다.
두 사람이 자신의 계파와는 다른 노선을 취함으로써 152명의 당선자들도 혼란을 겪어야했다. 개혁노선을 주창해 온 유시민(柳時敏) 의원이 이 의원을 지지하는가 하면 안정적 실용주의 노선을 관철시킨 정 의장은 천 의원을 지지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벌어지면서 ‘색깔보다는 인간관계가 우선’이라는 속설을 확인시켰다.
두 사람의 대결 결과는 향후 당내 세력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정 의장의 운신 폭이 상당히 넓어졌다. 입각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져 있는 정 의장으로서는 ‘동지’ 관계인 천 원내대표의 등장으로 다소 홀가분한 입장이 됐다. 또 정 의장을 견제하던 당내 중진그룹의 퇴조와 함께 세대교체도 빠른 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당내 권력의 정점에 이른 정동영-신기남-천정배 3인의 분화(分化) 가능성도 엿보인다. ‘당내 권력’이라는 공통목표가 달성된 이상, 마지막 남은 대권을 향한 각개약진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반면 입각이 확정적인 김근태 전 원내대표는 민주재야파를 하나로 묶어낼 구심점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게 됐다.
그러나 78 대 72라는 표결 결과가 보여주듯 당내 세력판도는 어느 한 세력의 일방 독주를 허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계파를 묶는 구심력이 약한 만큼 사안별로 이합집산이 되풀이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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