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자
▽ 김종철 교수(39·연세대·법학)
▽ 오영식(39·열린우리당 국회의원 당선자)
▽ 지형철(22·고려대 사회학과 2년 휴학)
▽ 강미순(22·연세대 법대 4년)
▽ 김서현(17·대원외고 2년)
○ 정치는 사실에 기반-법은 이해조정
▽김종철 교수=정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죠?
▽김서현양=국민은 지배자를 뽑아 참여하고, 지배자는 국민을 지배하는 상호관계라고 봐요.
▽지형철씨=한정된 자원을 권위적으로 배분하는 활동이 정치 아닐까요.
▽강미순씨=사회의 공동관심사를 해결해 다 같이 잘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정치의 궁극적 목적이라고 봐요.
▽오영식 당선자=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와 갈등을 조정해 더 발전적인 합의를 모으는 과정이라고 봅니다.
▽김 교수=정치가 사실적 측면을 담고 있다면 법은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규칙을 제공합니다. 법을 만든 사람들을 포함해 모든 사람이 법의 규율을 받는 것이 법치사회고요.
○ 법의 지배에 의한 정치가 민주주의
▽지형철=탄핵소추안 가결 뒤에 벌어진 촛불시위에 대해 ‘의회정치를 부정하는 거냐’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국민의 의사 표현이 법치주의의 훼손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김 교수=헌법은 민주주의의 실현 방법으로 대의민주주의를 택했습니다. 그 대표기관인 국회의 의사가 국민의 의사로 간주되는 거죠. 촛불시위에 나오는 불특정 다수의 의사표시는 정치적으로는 국민이지만 법적 권위를 갖고 행위를 하는 국민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촛불시위는 여론의 한 표현이자 국민의 대표기관이 그것을 반영하도록 요구하는 정치행위입니다. 또 그 권리는 법이 보장하는 것이고요. 그런 점에서 촛불시위를 법치주의 위반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과잉 반응입니다.
▽강미순=만약 헌법재판소가 결정한 뒤에도 국민 다수가 거기에 불복한다면 그것도 법치주의적 행위라고 할 수 있는 건가요.
▽김 교수=국민이 받아들이기 힘들다면 마지막으로 저항권을 행사할 수 있겠죠. 그래서 헌정이 혁명적으로 변한다면 그 저항은 정당화될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정치가 하는 일이죠. 그러나 모든 걸 정치적으로 해결한다면 사회는 너무 혼란해집니다. 그래서 법에 의한 정치가 필요한 것이죠. 정치는 법을 만들 수 있지만 일상적 과정에서는 법에 의해 제약되는 한계를 인정해야 합니다.
▽오 당선자=법에 의한 정치는 반드시 존중돼야 할 사회 작동 원리입니다. 그러나 법 자체가 먼저 정당성과 합리성을 갖추고 있어야겠죠. 탄핵 문제도 탄핵 사유가 소추안이 가결될 만큼 정당성이 있었는가와 절차상의 적법성을 갖췄느냐의 기준으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김 교수=절차가 미비하다고 할 때 그 해석의 근거는 헌법이에요. 거대 야당 연합이 헌법의 원리에 맞춰 소추권을 행사했는가, 즉 소추권 발동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졌느냐는 것이죠. 법의 요건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는 것을 수의 힘으로 관철했을 때 그런 정치행위는 법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인가를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강미순=국회가 탄핵 절차를 위반했다고 하더라도 국민 대다수가 탄핵에 찬성한다면 절차 위반이 문제가 될까요.
▽김 교수=국민의 찬성 여부는 참조사항일 뿐 헌재의 결정을 대체하지는 않습니다. 전 국민이 탄핵에 찬성한다 해도 헌재가 법리적 부분을 고려하지 않고 탄핵시킨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여론을 무시해서도 안 되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법적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은 위험한 생각입니다.
○ 법 제정-개정 핵심은 절차와 합의
▽지형철=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식의 정치 만능주의가 일상생활에 만연된 것 같아요. 점거농성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의식, 떼를 쓰면 된다는 ‘떼법’이 문제입니다.
▽오 당선자=‘떼법’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갈등이나 마찰을 민주적으로 조정하지 못했기 때문 아닐까요. 마찰을 정치 영역으로 끌고 들어와 토론하고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것이 정치가 할 일입니다.
▽지형철=민주주의는 사익을 다수의 공익적 이익으로 조직화하기 위해 자신의 의견에 동의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자기이익을 표출하는 것 자체가 비난받을 일은 아니죠. 다만 토론의 규칙을 법이 정하고 그걸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김 교수=그 법을 바로 국민이 정치를 통해 만드는 겁니다. 이 때문에 그 법만은 지켜야 합니다. 민주적으로 결정한 사항에 대해 소수이익을 위해 물리적으로 대항하는 것은 법의 한계를 넘어서는 일이에요.
▽김서현=법이 시대 상황에 합치하지 않는다고 해서 절차를 무시하고 법을 계속 바꿔 나가면 법의 안정성이 훼손되고 사회가 더 혼란스럽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오 당선자=국회의 입법 활동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게 바로 법률 개정입니다. 법의 목표나 가치가 훼손되지 않으려면 사회 변화에 따라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지형철=정치적 결정이든 법 제정이나 개정이든 올바른 절차와 충분한 합의를 거쳐야만 자발적 복속이 나오고 그에 따라 권위가 만들어질 겁니다. 합법의 틀 안에서 자기주장을 하고, 이익을 표출하는 것이야말로 한국 사회가 권위주의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해요.
▽김 교수=‘국론통일’이라는 것은 굉장히 전체주의적인 발상이에요. 법의 틀 안에서 정치가 이뤄져야 우리가 지향하는 건전하고 다원적인 사회가 구현될 겁니다.
정리=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 정치-법 관계 이해돕는 책과 영화
● 책
▽정치와 법치(정태욱·책세상)=정치와 법치의 상호보완적 관계를 지적. 동시에 올바른 정치를 이끌어내는 법의 역할과 정당성을 확보하는 정치의 역할을 갈파한 계몽서.
▽판사가 나라를 잡는다(밥 우드워드, 스콧 암스트롱·안경환 역·철학과 현실사)=사법 우위의 헌정체계로 사법 왕국을 구축한 미국 연방대법원의 비사.
▽오만한 제국(하워드 진·당대)=법과 정치의 체계와 논리 속에 감춰진 이데올로기의 편향성을 날카롭게 지적.
▽법과 정치(김철수·교육과학사)=헌법학자의 시각에서 법과 정치의 교차지점을 이루는 국가권력구조에 대해 세밀하게 탐구한 이론서.
▽현대법의 이해(김유미 외·울산대출판부)=법의 기본개념과 원리를 알기 쉽게 풀이한 법학 입문서.
▽사랑과 사상의 거리재기(안경환·철학과 현실사)=이질적으로 보이는 법과 문학의 상관관계를 통해 일반인이 법의 본질에 쉽게 다가갈 수 있게 안내한 에세이집.
● 영화
▽뉘른베르크 재판(감독 스탠리 크레이머·1961)=전쟁에서 범죄를 저지른 나치 전범자들에 대한 재판을 통해 법과 정치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
▽스미스씨 워싱턴에 가다(감독 프랑크 카프라·1939)=정치인들의 모략에 빠진 순진한 시골 청년이 공석이 된 상원의원에 뽑혀 거수기 역할을 하다가 음모를 깨닫고 이에 맞서는 영화. 법률의 허점을 악용하는 정치의 실상을 신랄하게 비판.
(추천:김종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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