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렬판사“대체복무제 필요 판례 깨게돼 부담”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서울남부지법 형사6단독 이정렬(李政烈·36·사진) 판사는 재판이 끝난 뒤 “부담스러운 결정이었다”면서 “양심적 병역 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첫 무죄 판결을 내렸는데….

“판례를 깨는 것이라 부담이 컸다. 병역 기피를 위한 눈속임인지 양심적 병역거부인지 가리는 일은 쉽지 않았다.”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에 관심이 많았나.

“대체복무제가 필요하다. 나는 특전사에서 군 복무를 했지만 양심의 자유를 침해받는 피해자가 더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 헌법재판소의 병역 거부에 대한 위헌심판 결정 전에 선고하려고 재판을 강행했다.”

―판단 근거와 기준은….

“독일의 양심적 병역 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법을 참고했다. 병역 거부의 계기, 과정, 병역거부 의사 표시 이후 사회활동 여부 등을 고려했다. 모태신앙으로 종교 활동 기간이 길고, 병역 거부 의사를 주위에 밝히는 동시에 종교와 관련한 자원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점을 고려해 3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1명은 소명자료를 내지 않은데다 2년 전 종교활동을 시작했고 봉사시간도 많지 않아 유죄로 봤다”

사법시험 33회인 이 판사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고 1999년 2월 판사에 임용됐다. 이 판사는 진보적 판사들의 모임인 ‘우리 법 연구회’ 회원이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